[아시아를 다시 본다] 동남아 : (1) '세계경제 변방서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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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게임(SEA games)의 폐막식이 열렸던 지난해 12월13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경기장.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11개국에서 참가한 3천여명의 선수들과 4만여 관중들이 시종일관 한 목소리로 외친 함성은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은 하나'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손을 잡고 2005년 필리핀 SEA 게임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뜨거운 포옹을 했다.
엑시모프 관광센터에서 영어통역사로 일하는 호아 빈 칸 호아씨(31)는 "동남아가 똘똘 뭉치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다른 선발주자를 따라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통합의 분위기는 국제공항 어디를 가도 느껴진다.
공항마다 출입국 통로가 3종류로 나뉘어져 있다.
'내국인' '외국인' '아세안'이 그것이다.
아세안 회원국 사람들은 간단한 출입국 신고서만 제출하면 무사통과다.
다른 외국인들이 20여m씩 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베트남의 동부 공업도시 하이퐁에서 로봇부품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인 나카무라 히데하루 사장(45)은 "10년전만해도 동남아는 세계 경제의 변방에 속해 있었던 잊혀진 지역이었다"며 "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과 근면한 노동력을 갖춘 아세안 지역에 외국자본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뭉치자'는 의지는 아세안 역내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평균임금 수준이 4∼5배 높은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다른 아세안 국가에 국경을 개방했다.
말레이시아의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기업인 레스콤의 레드주안 쿠사이리 회장은 "근로자들간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역내 기업간 협력사업의 물꼬도 터졌다"고 전했다.
한달전 명문 타마사트 비즈니스스쿨이 주최한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을 찾은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동남아시아의 '오늘'을 두 단어로 요약했다.
'통합'과 '세계화'.
'통합'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동남아 정상들은 지난해 10월 발리에 모여 2020년까지 아세안 10개국을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묶는데 합의했다.
현재의 AFTA(아세안자유무역지대)를 아세안경제공동체(Asean Economic Community)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EU(유럽연합)처럼 인력 자본 상품 서비스 등 경제에 관한한 국경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5억인구의 아세안이 통합되면 GDP(국내총생산)가 최소 10% 늘어나고, 각종 비용은 최대 20% 절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아세안 각국의 '산업별 분업체제' 구축은 가장 실질적인 협력 사례다.
인도네시아가 자동차ㆍ목재, 말레이시아가 고무ㆍ섬유, 필리핀이 전자, 태국이 항공ㆍ관광, 미얀마가 농업ㆍ어업 등 11개 분야를 서로 분담하는 것.
말레이시아의 IT투자 담당 공기업인 MDC의 카밀 오트만 부사장은 "아세안 회원국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업별 경쟁력을 확보해 중국으로 몰리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동남아로 유인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이 아세안국가 간 FTA 결성을 뜻한다면 '세계화'는 하나로 통합된 아세안경제권과 다른 경제권들과의 FTA를 의미한다.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인근 중국 및 인도의 고성장 파도를 함께 타고 미국 EU 일본 등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제 파트너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동남아는 이제 미래를 향해 뛰고 있다.
탁신 태국총리 등 각국 지도자들이 대열의 맨 선두에 서있다.
태국의 '듀얼트랙(Dual Track)', 말레이시아의 '비전 2020',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를 묶는 '메콩강프로젝트' 등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다.
GDP 기준 7천2백억달러 규모의 역내시장의 통합은 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필적하는 '새로운 경제패권의 출범'을 예고한다.
동남아는 이제 세계경제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방콕(태국)=육동인ㆍ호치민(베트남)=유영석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