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생체정보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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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에 여자 차장이 있던 때가 있었다.
현금이나 버스표를 이들이 받으면서 소위 '삥땅' 시비가 일었다.
결국 안내양은 사라지고 요금통이 생기면서 버스카드가 나왔고 이어 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가 생기더니 교통카드칩 내장 손목시계까지 등장했다.
지갑을 꺼내는 수고도 필요없는 셈이다.
만성병 환자를 위한 생체칩 연구가 활발하다고 하거니와 TV 외화시리즈 '스타 게이트'엔 생체칩으로 국민 건강을 관리하는 얘기가 나온다.
몸 속 칩에 이상이 생기면 중앙장치가 즉각 인식,의료진을 보내 치료하는 것이다.
극속에서 생체칩을 이용한 사생활 추적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지만 정보기관은 이를 무시한다.
미국이 오는 10월부터 모든 여행객들에게 생체정보 여권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과 나리타 공항에서 일본항공(JAL) 이용객 중 지원자 5천명을 대상으로 생체인증 출·입국 관리시스템 'e-체크인'의 시범 실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e-체크인'이란 얼굴 홍채 지문 등 생체 데이터를 IC칩 형태로 여권에 붙여 이를 이용하면 출입국 수속 때 사진과 본인 얼굴을 일일이 대조하는 까다로운 절차 없이 간편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해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생체정보 여권의 실용화를 전제로 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생체여권에 담을 정보의 한계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5월까지 기준을 발표할 예정인데 얼굴 정보는 꼭 포함하되 지문 홍채는 안전상 필요할 때만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전한다.
일본은 내년 4월부터 도입하되 지문은 곤란하다는 입장이고,유럽연합(EU) 국가들은 지문을 포함하되 시기를 2006년으로 늦추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내년부터 발급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교통카드 겸용 손목시계,도로와 골목의 감시카메라,생체칩,생체여권이 만들어지는 맥락은 모두 같다.
편리함과 안전이라는 목적이 그것이다.
"죄 짓고 살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가"라고 한다.
맞는 말인 데도 자꾸 꺼림칙하고 가끔씩 온 몸이 오싹오싹해지는 건 혼자만의 괜한 두려움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