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정보통신(IT) 업체에서 일하는 마이크 리(Mike Lee)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공원에서 조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전기자동차를 타고 회사에 도착한 그는 자동으로 켜진 컴퓨터를 통해 본사와 화상회의를 한다. PDA를 꺼내들자 뉴스와 주식시세 등이 무선 랜을 타고 실시간으로 날아든다. 주말엔 걸어서 골프장에 간다. 이곳 생활이 벌써 3개월째지만 마이크에게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게 있다. "여기가 정말 한때 쓰레기 매립장이었고, 7년 전만 해도 축구경기만 열리던 곳이었다고?" 먼 미래에 그것도 바다 건너 외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 같지만, 서울시는 '2010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주민의 일상사'라고 홍보용 책자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상암동은 최첨단 업무단지가 들어서는 DMC와 더불어 대규모 공원, 사통팔달의 교통망, 대단위 주거지 등을 갖춘 강남을 능가할 업무 및 주거단지 1순위로 꼽히는 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암지역은 업무(DMC)와 주거(상암 새천년신도시), 여가(5개공원 및 월드컵경기장) 시설을 모두 갖춘 미래형 자족도시가 될 것"이라며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면 잠실이나 목동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매립지 82만평, 상암동 일대 83만평, 한강둔치 23만평, 월드컵 경기장 6만5천평 등 총 2백여만평으로 구성된 상암지구는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서울 서북부의 중심지로 육성된다. 상암동이 여의도 용산 등과 함께 명실상부한 서울의 5대 부도심중 하나로 육성되는 이유는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이라는 탁월한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신공항고속도로와 신공항철도가 연결되는 서울의 서북부 맨 끝에 있는 만큼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서울 지역의 업무ㆍ주거단지란 얘기다. 통일에 대비해 남북교류의 거점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특히 한강과 맞닿은 데다 경인운하도 가깝다는 점에서 향후 바닷길을 이용한 서울의 물류기지 역할도 담당할 전망이다. 교통망도 뛰어나다. 도심이나 여의도에 20~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인근의 내부순환도로와 강변북로를 타면 서울 어디라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일산이나 김포는 물론 인천도 통근거리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과 수색역도 가깝고 공사가 한창인 9호선도 이곳을 지나게 된다. 상암지역의 핵심시설은 56만여㎡ 규모의 DMC단지다. 미래도시에 걸맞게 '테라 바이트'급의 정보통신망이 구축되는 이곳에는 정보통신 방송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첨단 미래산업과 각종 연구소들이 들어선다. 현재까지 입주를 약속한 업체만 10여개에 달한다. 정보통신부가 맡고 있는 IT컴플렉스에는 인텔과 IBM이 연구소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본사와 연구소를 입주키로 한 팬택&큐리텔과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콘텐츠통합센터는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 △KBS미디어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한독산학연구단지 등이 입주 계약을 마친 상태다. 3M은 디스플레이 연구소 입주를 검토 중이다. 최영 서울시 산업국장은 "DMC의 인프라와 입지여건에 대해서는 국내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들도 극찬할 정도"라며 "수많은 입주 희망 업체중 DMC 취지와 맞는 곳만 선별하느라 시간이 다소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암은 전체 개발지 2백만평중 절반 이상이 공원과 녹지로 조성된 서울의 최대 '휴양지'중 하나다. 평화의 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등 5개 공원으로 이뤄진 월드컵공원은 그 규모가 여의도공원의 15배에 이른다. 공원에는 생태습지, 캠핑장, 식물원과 함께 9홀 규모의 골프장도 들어선다. 오는 2006년까지 이곳에 들어서는 아파트 6천2백50가구가 최고의 주거지로 '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암지역과 가까운 서대문구 남가좌동 일대 35만7천여평도 지난해 2차 뉴타운으로 지정돼 상암 아파트의 주거기능을 어느정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