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글로벌 경영은 새해에도 가속화된다. 올해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은 지역 거점 확보와 브랜드 일류화 달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단선적인 해외시장 개척활동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에서 확실하게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최대 승부처는 여전히 세계 최대의 완전경쟁시장인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장을 뚫지 못하는 글로벌 경영은 절름발이에 불과하다. 다음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중국이다. 돈 인력 자원을 무한대로 빨아들이는 중국시장이 다국적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한 지는 오래다. '제2의 중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와 유럽의 신흥시장인 동유럽도 빼놓을 수 없다. 전화에 휩싸여 기반시설이 파괴된 중동지역은 재건 특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연장=삼성전자는 최근 대형 LCD(액정표시장치)TV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채 주요 대리점의 미끼 상품 정도로 활용되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LG전자 역시 새해부터 '제니스' 대신 'LG'브랜드로 현지 디지털 TV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산 디지털 TV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브랜드가치 향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현대자동차에게도 미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비약적인 판매 신장세를 기록했으며 JD파워 등 현지 소비자 조사기관으로부터도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은 제2의 생산기지=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최대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새해에도 국내 기업들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쑤저우 LCD 반도체 공장과 톈진의 가전·TV 공장의 생산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의 매출목표만 9조원을 잡아놓았다. LG전자는 중국 난징에 완공한 연간 24만대 규모의 PDP모듈 공장을 본격 가동,중국 PDP TV 시장 1위 도약을 노리고 있다. LG필립스LCD도 2005년까지 중국내 연간 1천2백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해 업계 1위를 확고히 굳힌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쏘나타 생산을 시작으로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를 통해 중국 공략에 시동을 건 현대차는 현지 60만대 생산체제 구축 시기를 2010년에서 2007년으로 3년이나 앞당겼다. 지난 11월 중국내 지주회사인 '포스코 차이나'를 출범시킨 포스코는 내년 중 현지공장 2곳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SK 역시 베이징 시내에 중서협진(中西協診) 방식의 종합병원을 설립,차세대 핵심사업으로 꼽고 있는 생명과학 사업분야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투자규모는 최대 2억달러선까지 책정해 놓았다. LG화학은 산업재 생산법인이 있는 톈진에 오는 2005년까지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동시에 상하이 인근 화둥 지역에 산업재 공장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 섬유업계에서는 효성코오롱이,중공업체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등이 중국현지 공장 설립을 통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는 제2의 황금시장=IT산업 등에서 역동적인 성장동력을 보여주고 있는 인도는 '제2의 중국'으로 불릴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생산 규모를 기존 15만대에서 25만대로 늘리고 트랜스미션 공장도 연산 30만대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에 1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 생산을 늘려갈 예정이다. 현지 가전 1위업체인 LG전자 인도법인은 10억달러의 매출 목표 달성을 삼성전자보다 1년 앞당긴 올해로 잡았다. ◆동유럽은 유럽진출의 교두보=현대차그룹은 연산 30만대 규모의 동유럽 공장부지 후보를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2곳으로 압축,2월께 최종 확정한 뒤 총 15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곳을 거점으로 취약한 유럽 판매를 늘린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진출한 슬로바키아를 모니터 TV 프린터 등을 생산하는 유럽지역의 전문 복합생산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헝가리법인(연산 2백60만대)에 8천6백80만유로를 투자해 초대형 완전평면 브라운관 신규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LG전자는 폴란드 현지의 재래식 공장을 디지털TV 중심의 생산공장으로 확장,디지털TV 생산비중을 내년에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루마니아의 대우망갈리아조선소를 독자적인 영업·설계 능력을 갖춘 유럽 최고의 우량 조선소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중동은 건설특수 기대=국내 건설업체들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로 이라크 정황이 안정될 경우 현지 재건사업 가속화로 수주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 대우건설은 그동안 공동사업을 해 왔던 엑슨모빌 더치셸 등 미국내 석유 메이저와 벡텔 플로어다니엘 등 대형 엔지니어링업체과 접촉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역시 가전제품 판매를 위해 현지 지사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바그다드에 지사가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중고차와 위성방송 수신기 섬유 합판 등의 품목들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