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한국을 위해 살았고 정부 덕분으로 인생 말년에 건강하게 고향에서 살게 됐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뒤 지난 11월 위조 여권으로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에 억류됐던 국군포로 전용일씨(72)가 50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고국땅을 밟았다. 전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중국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달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억류된 지 41일 만이다. 전씨는 입국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지난 50년간 한국을 위해 복무했고 생을 두고 잊지 않겠다"며 감개무량해 했다. 전씨는 북한 생활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그것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느냐"고 말했다. 짙은 감색 점퍼에 감색 바지 차림의 전씨는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면서 만나 부부행세를 해왔다는 최응희씨(67·여)와 함께 입국장에 들어섰으며 취재진에 간단한 입국 소감을 밝힌 뒤 관계 당국의 안내로 모처로 향했다. 지난 6월 북한을 탈출한 전씨는 9월중순 베이징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 한국행을 시도했으나 대사관측의 미온적인 대응에 실망,위조여권을 갖고 독자적으로 입국하려다 지난달 13일 저장성 항저우공항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체포된 전씨는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투먼의 한 수용소로 이송됐으나 그가 국군포로임이 확인되고 그의 북송을 저지해야 한다는 국내외 여론이 일면서 '제3의' 장소로 옮겨져 조사를 받아왔다. 국내외 비난 여론에 밀려 외교부 국방부 등 정부 당국은 뒤늦게 전씨의 조기 송환을 위해 중국 정부와 물밑 접촉을 벌여 그의 입국을 성사시켰다. 전씨의 경우 여권위조 및 밀출ㆍ입국 등 중국법 위반혐의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중국 정부가 전씨에 대한 약식 사법처리에 동의해 국내 송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천 출신인 전씨는 국내에 누나 연옥씨(78),동생 수일씨(64) 등 가족을 두고 있다. 동생 수일씨는 이날 "50년 만에 형님을 만날 수 있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수찬.권순철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