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국인자본,이대로 좋은가..河成根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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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공장을 지어 생산과 고용을 창출하는 직접투자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자본차익이나 기존기업 인수에 일차적 목적을 둔 금융투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지난 달 말 현재 40.1%에 이르고 있다.
현재까지 7개 시중은행들 가운데 제일 한미 외환 등 3개 은행에 대해 외국인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나머지 4개 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민 신한 하나은행도 외국인 지분율이 50%이상이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의 증가는 은행업에 국한되지 않고 증권 보험 투신 그리고 대부업을 포함한 중소금융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 나라의 금융시장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세계적으로 그 전례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내년에는 정부소유인 우리은행의 매각이 본격화되고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 등도 구조조정을 거친 후 공개입찰 매각될 예정이어서 외국인 비중의 증가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외국인 비중 확대가 우리에게 어떤 득실을 초래하는가를 냉철하게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새 구조임에 틀림없다.
금융부문의 세계화는 더욱 거센 추세다.
한국 금융시장도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
외국인 투자는 북핵문제,구조조정 과정상의 마찰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신 문제를 개선하고 투자대상기업의 경영방식을 선진화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
우리 경제의 포괄적인 구조조정과정에서 탄생하게 되는 여러 부실회사들에 대한 외국자본의 참여는 부실 처리의 지체로 야기되는 국민적 손실을 축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외국자본 확대가 우리에게 부담을 지우는 측면 또한 만만치 않다.
먼저 외국투자자들은 일종의 군집 행태(herd behavior)를 보여 쏠림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너도 나도 매입에 나섰다가,너도 나도 매각에 나설 경우 국내기업과 금융회사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고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율(총자산기준)이 30%에 달하는 상황은 이러한 위험에 대한 대책을 심각하게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과도한 가계대출과 부동산 거품이 우리 경제의 현안으로 등장했는데 따지고 보면 이 역시 외국자본 과다유입에 기인한다.
중앙은행은 환율안정을 위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화를 일부 사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원화자금이 대거 풀려 가계대출의 급증과 부동산 거품 등을 유발한 것이다.
외국계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의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에도 어려움이 있다.
우리 감독당국은 외국투자자들의 복잡한 거래행태를 철저히 감시 감독하기 위해 아직 준비를 더 해야 한다.
특히 해외에 기반을 둔 복잡한 형태의 투자펀드를 이용하여 국내은행이나 금융회사를 인수하여 경영할 때 그 실질적인 대주주나 대주주 관련 거래에 대한 적절한 감시가 어려울 때가 많다.
물론 외국자본의 확대에 따른 득과 실을 대차대조표 형식으로 명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최근과 같은 포트폴리오 형태위주의 외국자본 확대는 지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과용하면 탈이 난다.
그리고 약은 자기 체력에 맞게 써야 한다.
따라서 향후 금융회사의 매각은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가능한 한 외국자본보다 국내자본에 유인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국 개방경제에서 외국의 대자본에 휘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휘둘림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
그것의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국내 금융회사나 투자자들이 자산운용과 경영기법에 있어서 덩치는 작지만 외국 큰손들과 대등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이러한 역량은 물론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당 주체가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는 제도와 정책의 적절한 개편으로 이러한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 skha@bas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