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힐튼호텔. 낮 12시가 되자 단정한 옷차림의 중년여성들이 속속 들어섰다. 큰 홀에 모인 이들은 모두 1백50여명. 이들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의 대의원들. 신임 회장을 선출하고 화합을 다지는 잔치인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것이다. 정명금 대구경북지회장(55·대구중앙청과 대표)과 이민재 서울지회장(57·광림무역상사 대표) 두명이 출마한 이날 선거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지지세력이 엇비슷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두 후보측이 무효표 처리,대의원들의 신분증 확인,선관위원들의 개표시점 등과 같은 절차상의 문제들로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1차 투표를 마치고 행사장을 떠났던 일부 대의원들이 2차 결선투표에 들어간다는 연락을 듣고 뒤늦게 돌아오면서 싸움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1차 투표에서 두후보간의 득표차가 2표에 불과하자 뒤늦게 온대의원들의 2차투표 참여 허용여부를 놓고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xxx,이따위 편파선거가 어디있어." "어디서 이렇게 무식한 x들이 있어." 등등. 욕설과 고함,몸싸움이 난무했다. 호텔 직원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살벌한 풍경에 할말을 잃고 있었다. 결국 호텔측이 임대시간이 지났으니 나가달라고 해서 총회가 가까스로 막을 내렸다. 최근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여성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여경협은 회원사가 1천여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여성경제 단체다. 여성기업인들의 활로를 찾아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단체다. 그런데 선거때마다 고성과 고발,법정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여경협이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여성기업인들의 권익을 옹호하기는 커녕 이들의 사기를 더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기자는 끝내 떨칠 수 없었다. 문혜정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