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이 노부유키 일본 소니 회장은 "소니는 성장 신화가 무너질 때마다 이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더 강해졌다"며 "10년 후 소니는 현재와 딴판의 회사가 돼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데이 회장은 일본 유력 시사월간지 문예춘추 2004년 1월호에 실린 '소니 신화는 다섯 번 붕괴됐다'란 장문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히고 1960년 이후 대표적 위기 사례로 △가정용 컴퓨터사업 실패 △VTR 규격전쟁 패배 △엔화급등 등을 꼽았다. 이데이 회장은 "신화가 붕괴될 때 소니는 더 강해졌다"며 "가정용 컴퓨터사업의 실패는 97년 바이오 브랜드로 재도전할 때 성공의 거름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축으로 소니는 부활을 추구해 왔다"며 "신화붕괴를 겁내거나 단기대응에 매달려 시장에 영합했다면 오늘의 소니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장기적 전망에서 소니가 타사와 전략적 제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이종혼교(異種混交)라고 표현한 후 삼성전자와의 액정패널 합작회사 설립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또 "소니가 요구받고 있는 변화는 일본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소니와 일본 모두 과거의 성공체험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콘텐츠 등 지식산업을 미국의 전매특허 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주장한 뒤 "일본 만화영화가 세계를 석권한 것은 물론 일본인 현대미술가가 루이뷔통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등 일본발 문화콘텐츠는 어느 분야에서나 통용되고 있다"고 강한 자부심을 표명했다. 그는 일본이 미국에 '재역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있지만 가장 큰 점은 정치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총선거에서 자민당 의석이 늘어나지 않고 도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약진한 것은 농업과 토목에 치우쳤던 공공투자의 배분문제에 일정한 민의가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