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공연 티켓 기업서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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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2천3백여 좌석을 모두 차지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초청한 우수고객들이었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이들에겐 임시 와인바에서 와인을 공짜로 제공했다.
부인과 함께 공연장에 온 김모씨(53·서울 압구정동)는 "조용필 콘서트는 내 돈을 들여서라도 보고 싶었는데 갤러리아에서 티켓을 보내줘서 오게 됐다"며 "따지고 보면 공짜가 아니지만 특별하게 대접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무한지애(無限之愛)라고나 할까.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이 우수고객들에게 끝없는 사랑을 쏟고 있다.
불황으로 어려웠던 한해 변함없이 도와준데 대한 일종의 답례다.
올해는 불황이 심해진 탓인지 'VIP 마케팅'이 유례없이 붐을 이루고 있다.
VIP 마케팅 장소로는 고급 시설을 갖춘 유명 공연장이 인기를 끈다.
이 덕에 예술의전당이나 LG아트센터 등은 불황 속에서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조용필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에는 우수고객들이 연일 줄을 잇고 있다.
공연 첫날인 지난 6일과 다음날엔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우수고객 5백20명이 관람했고 이어 제일은행(8일·4백50명) 한미은행(10일·1백명) 우리은행(12일·4백68명) 고객들이 다녀갔다.
갤러리아는 아예 1회분 티켓 2천3백여장을 모두 사갔다.
기업들은 콘서트 일반예약이 시작된 10월15일 이전에 티켓을 무더기로 예매했다.
이 바람에 일반인들은 원하는 시간대의 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오는 20∼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호두까기인형' 발레 공연도 마찬가지.기업들이 앞다퉈 예매하는 바람에 황금시간대 티켓은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미 현대 오일뱅크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5백장,한미은행이 2백장을 우수고객용으로 사갔다.
예술의전당 홍보마케팅팀 김혜연씨는 "단체예약이 많아 로열석 확보가 여의치 않다"며 "예년과 달리 올해는 우수고객용으로 대량 예매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다음달 초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킹앤아이'도 VIP 마케팅의 타깃이다.
이미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우수고객용으로 티켓을 대량 예매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오는 16일 여행사 관계자 6백명을 초청,건물 지하 연회장에서 만찬을 제공한 뒤 공연을 보여줄 예정이다.
금강제화도 나흘에 걸쳐 1천4백석을 예약했다.
20일엔 베니건스 우수고객 1천명이 이 뮤지컬을 관람한다.
공연 협찬사인 GM대우는 이달 23일과 내년 1월 6,8일 티켓을 무려 3천장이나 확보했다.
지난달 20일엔 롯데백화점이 우수고객 1천여명에게 공연을 보여줬다.
'킹앤아이' 기획사인 오디뮤지컬의 신동은 팀장은 "이름 있는 공연은 부유층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만족감을 준다"며 "전에도 우수고객들을 공연에 초대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올해는 티켓을 대량으로 예매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