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가에 자국 중심 투자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달러약세로 미국에 대한 투자매력이 약해지고 테러 등 지정학적 위기 탓에 해외투자에 비해 국내투자가 더 안전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자금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자본시장조사업체인 리퍼의 자료를 인용,"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자금을 회수해 본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국 투자의 선두주자는 중동의 오일머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시장에 집중 투자됐던 오일머니가 최근 중동지역으로 대거 돌아가고 있다"며 그 증거로 이 지역의 주가급등세를 꼽았다. 올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 등 중동증시는 70% 이상 급등했다. 중동지역은 외국인의 주식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주가가 올랐다는 것은 해외에 나가있던 오일머니가 본국으로 돌아오고 국내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자국시장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증시의 외국인매매 동향도 오일머니의 본국회귀 현상을 뒷받침한다. 리퍼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 외국인들의 미국주식 순매입액(매입액-매도액)은 마이너스 1백억달러에 달했다. 외국인들이 그만큼 자금을 회수해 갔다는 얘기다. 씨티뱅크 글로벌 투자전략가 클라크 윈터는 "회수자금의 대부분이 오일머니"라며 "중동지역에서 본국투자가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남미와 아시아도 중동지역 못지 않게 국내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역시 외국인투자자들의 진입이 제한된 브라질증시가 올들어 1백% 상승했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가나 케냐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증시가 올들어 1백% 이상 오르고 아시아의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증시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국제금융계의 자금흐름이 해외투자에서 국내투자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달러약세와 테러 등의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는 한 자국 중심 투자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