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400만-이제는 신용이다] 제2부 : (5) 개인회생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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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개인회생제 마련이 시급하다 ]
"채무자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얘기만 나오면 협약을 맺은 금융회사에서 가처분 등 강제집행에 들어가는 사례가 있습니다. 채무자는 당연히 워크아웃 신청을 기피하지요."
신용회복위원회 직원은 개인워크아웃 제도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지적했다.
결국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신용불량자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입장에서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제3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명 통합도산법이다.
그러나 이 법은 올해초 국회로 넘어간 후 10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도산법에서 개인회생제를 따로 떼어내 입법화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서둘러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개인회생제도란 =요체는 채무자 중심의 회생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사람이건, 한 개 금융사에 빚을 진 사람이건 지금 상태로 빚을 갚을 수 없다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다.
재산목록과 채무목록 등의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신청 후 14일 이내에 5년간 어떤 방식으로 빚을 갚을 수 있을지 채무상환 프로그램을 설계해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재산 및 수입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 실현 가능성을 점검한다.
법원은 개인회생절차 개시여부를 한 달내에 결정하고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채무자의 모든 재산에 대한 강제처분이나 가집행, 보전조치가 불가능해진다.
이후 법원은 채권자들의 이의신청과 채권자집회를 거쳐 변제계획인가 결정을 내리게 된다.
◆ 개인회생제의 필요성 =현행 개인워크아웃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데 의의가 있다.
개인워크아웃은 출발이후 현재까지 신청자가 4만6천명을 넘어서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긴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신용불량자를 줄여 나가는데 한계가 있다.
개인워크아웃의 가장 큰 약점은 대상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우선 협약에 가입한 기관에 대한 빚이 전체 채무의 80%를 넘어야 한다.
채무자가 사채를 썼거나 금융회사들이 부실채권으로 처리해 채권을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추심회사 등에 매각했다면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한개 금융사에서 빌려 쓴 돈이 전체 채무의 70%를 넘어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인회생제는 이같은 조건이 따르지 않아 보다 많은 채무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 논란 =개인회생제 도입과 관련된 논란은 대략 도덕적 해이, 워크아웃과의 연계,별도입법의 가능성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중 도덕적 해이 문제는 개인회생제가 자칫 '빚은 안갚아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특히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고 고의적으로 파산상태에 빠지는 사례를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찾아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워크아웃과의 연계문제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독일 도산법의 사전협의제도처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조정이 실패한 경우에 한해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반면 채권자의 단순한 협약인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법적제도인 개인회생절차와 연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끝으로 별도입법화 주장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제기되고 있다.
개인회생제와 회사정리절차, 파산법 등을 한데 모은 통합도산법의 국회 통과가 당분간 어렵다면 개인회생법을 별도로 떼어내 입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의원,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 등이 이같은 별도의 법안을 발의했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