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예측 2004] 한국號 악재 딛고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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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한국 경제가 '1인당 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해 순항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름하는 고빗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분명 한국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내년에 본격적인 경기회복기로 접어들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미국은 올해 성장률 예상치인 3%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4%대 중반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회복지병의 후유증으로 시달렸던 유럽 국가들도 1.9%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장기불황에 빠졌던 일본도 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내년에도 8~9%의 고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는 시기에는 신상품과 고가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중저가 제품의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한국 기업들에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휴대폰과 고화질TV 자동차 컴퓨터 등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일부 제품들의 세계시장 인지도는 최근들어 급속히 좋아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세계경제 회복기를 맞아 초일류 기업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는 앞당겨질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둘러싼 국내 환경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과 정치자금 관련 기업비자금 수사 확대, 여야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불거져나올 노사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도 변수다.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늦어도 연초까지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내년 노사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신용불량자 급증과 가계대출 부실,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과 내수 소비시장의 위축은 기업을 뿌리째 뒤흔들지 모를 불안요인이다.
내수 시장이 튼튼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나래를 펴기가 어렵다.
북핵(北核)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6자회담의 향방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장개방 협상 등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농민 등 이해단체들은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반대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부안의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 등을 포함한 국책사업들에 대한 이해갈등도 어떤 양상으로 번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같은 불안 요인들을 정리하는 작업은 1차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의 어느 나라와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할 만큼 폐쇄적인 국가로 전락한 상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시행되는 국가에서 기업들이 활발하게 새로운 사업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기업 주변에 도사린 지뢰와 걸림돌들로 인해 한국 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끊임없이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경제 주체들의 발목을 잡는 일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기관들은 한국이 내년에 5% 안팎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의 내수소비는 최소한 올해보다 나쁘지 않고 설비투자도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에 현혹돼서는 더욱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놓칠 수 있다.
남미 국가들의 실패에서 보듯 경제의 잠재 성장능력을 배양하지 않는 외형적인 성장이나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물량 증가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정치ㆍ사회 전반의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 여부가 내년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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