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가좌동에 위치한 가좌지구에 가면 공사가 한창인 지상 20층짜리 27개동의 매머드 아파트 단지를 만날 수 있다. 벽산건설이 짓고 있는 1천9백40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인 가좌지구 내 '벽산 블루밍' 아파트다. 지난 4월 분양 직전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는 수요자들로부터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하는 '평범한 단지'에 불과했다. 막상 청약이 마감되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순위 내에서 평균 10 대 1, 최고 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보면 이같은 청약대박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벽산건설은 우선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을 찾을 때부터 '서민들과 가까운 곳'을 고집했다. 서울에서는 시흥동, 봉천동, 미아리 등 서민 밀집지역을 재개발ㆍ재건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어 파주, 일산 등으로 사업현장을 넓혀갔다. 서민들을 포함한 소비자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벽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블루밍'이 주택업체마다 너도 나도 브랜드를 쏟아내는 이른바 '브랜드 홍수' 속에 인기 브랜드로 자리잡은 과정도 남다르다. 지난 2000년 첫선을 보인 블루밍은 지금까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주택업체들이 통상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 광고'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처음 사용한 일산 가좌1차를 시작으로 올해 서울 신림동 현장까지 1만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한 번도 분양에 실패하지 않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0년 '벽산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분양했던 서울 구로구 개봉동 단지의 경우 아파트 입주자들이 아파트 이름을 '개봉역 벽산블루밍'으로 바꿔달라며 수없이 민원을 제기해 결국 유례없는 개명(改名)이 이뤄지기도 했다. 일산가좌 2차 벽산블루밍이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넓힌 대표적인 프로젝트라면,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서울 '봉천동 블루밍'은 그 명성을 잇는 현장이라는게 벽산측의 설명이다. 올 하반기 서울지역 입주 아파트중 최대 규모인 2천9백4가구로 이 회사의 전통인 입주봉인행사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에 대한 평가를 직접 받은 것은 물론 무재해 5배를 달성해 동종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단지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벽산건설 임직원들에게 뜻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닥쳐온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계속한 결과 '워크아웃'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정종득 사장은 "주택사업부문과 SOC를 포함한 공공부문간 균형을 맞추고 온ㆍ오프라인을 통한 통합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통해 기업이미지 개선작업에 매진할 것"이라며 "특히 주택부문은 사람을 위한 공간,사람을 배려한 공간,사람과 더불어 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