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지 3주째 되는 26일 오후서울 강남구의 A 고등학교 3학년 교실. 시간표 상으로는 엄연한 정규수업 시간인데도 교실에 앉아있는 학생은 10여명뿐 대부분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 역시 수업 시작종이 울리자 `떠들지만 말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교실을 떠났다. 교실에 남은 학생들은 상관치 않는다는 듯 만화책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가 하면휴대전화로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게임에 열중했다. 이 학교 3학년 최모군은 "수능이 끝난 후 논술을 보는 상위권 친구들 빼고는 할일이 없다"며 "아침에 출석 체크만 하고 운전을 배우러 가거나 PC방에서 하루종일노는 친구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B고등학교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남도 문화탐방'이라는 명목으로 졸업여행을 떠났다. 3학년 진학부장인 홍모 교사는 "논술 준비를 하는 학생 등을 빼고 80% 정도가졸업여행을 다녀왔다"며 "수업일수를 맞추려고 학생들을 `억지로' 학교에 나오라고하면 무단결석자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차라리 여행을 가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의 C고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학교는 3학년 학생 700여명 가운데 논술시험을 보는 100여명을 뽑아 논술 대비반을 만들고 나머지 학생들은 일주일에 2번 학교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요일은 체험학습반, 운전면허반 등으로 나눠 수능 후 시간을 `때우고' 있다. 체험학습반에 속한 고 3학생들은 박물관과 고궁, 전쟁 기념관 등을 둘러보지만출석률이 낮은데다 교사와 학생 모두 `수능 후유증'으로 맥이 풀린 상태다. C 고교의 연구부장 정모 교사는 "사실상 수능이 끝난 뒤 성적이 나올 때까지 1개월 정도는 정상운영은 기대할 수 없어 그냥 흐지부지 된다"며 "이 기간에는 담임교사들이 사고를 친 학생들 때문에 경찰서에 자주 들락거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한 반에 무단결석하는 학생이 5~6명 정도여서 이 학생들이 혹시나 사고를 저지르지 않을까 교사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교사들은 학생지도가 난처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C 교고의 정 교사는 "정규 수업일수를 채우려고 학생들을 나오라고 하지만 누가말을 듣겠느냐"며 "작년에 수능 후 체육대회도 해보고 한자쓰기반도 운영해봤지만큰 효과는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남구 D여고의 이모 교사는 "소설책이나 만화책은 물론이고 장기판이나바둑판, 심지어 화투를 학교에 가지고 오는 학생도 있다"며 "하지만 `다 끝난 마당'에 따끔하게 나무랄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능 후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1개월을 메우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지만 이미 고삐가 풀려버린 고 3학생들은 `제어불능' 상태라는 게 현장 교사들의 전언이다. 수능을 보는 날짜가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B 고교의 홍 교사는 "수능을 11월 중순에 보고 1주일 정도 졸업고사를 보면 이처럼 교육현장에서 `파행'은 줄어들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6교시 수업을 채우라고하지만 전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