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인 K씨(50)의 부친은 지난 97년 묘지로 강원도 횡성군 소재 임야 1천5백평을 매입했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꼭 그자리에 묻어줄 것을 자식들에게 부탁했다. K씨는 유언대로 그 땅에 묻혔다. 그러나 장사를 치른지 3년 후 문제가 생겼다. 옆 땅의 주인인 S씨가 찾아와 묘지로 쓴 땅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했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땅을 직접 측량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K씨와 S씨의 땅이 맞바뀌어 있었다. K씨는 이제 와서 이장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S씨의 땅(묘지 부지)을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점을 잡은 S씨는 실제 거래가의 10배 이상을 요구했고 K씨는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K씨처럼 땅을 살 때 측량을 해보지 않아 큰 손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시골에선 이웃 땅을 침범하거나 땅이 뒤바뀐 경우가 많은데 측량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매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우선 우리나라의 지적공부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지적공부는 일제강점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택지개발 등에 의해 조성된 신도시의 경우 지적경계를 새롭게 좌표화해 오차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대부분 지역은 지적정리를 한지 수십년이 돼 지적경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또 땅이 대물림되면서 경계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조상들이 경계와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서로 편의를 봐주면서 살다보니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다. 상황이 이럼에도 땅을 매입할 때 측량을 해보는 이들은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땅을 살 때 권리관계 확인보다 먼저 해야 할것이 측량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도움말=진명기 대표 그린하우스 21 (02)536-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