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LG카드에 2조원을 신규지원해주는 조건으로 구본무 그룹 회장의 (주)LG 지분 5.46% 외에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구,LG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채권단은 자체에 담보를 충분히 잡아두겠다는 입장인 반면 LG는 일부 계열사 문제로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볼모로 삼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는 대선자금 수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대기업을 상대로 일부 채권단이 "전당포식 금융업"을 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재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한편 LG카드는 21일 현금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채권단의 요구 LG그룹이 제공키로 한 담보는 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LG 주식(5.46%) △LG카드 주식(3.16%) △LG투자증권 주식(0.12%) △10조4천억여원의 매출채권 등. 채권단은 매출채권은 사실상 가치가 거의 없으며 주식 가치도 채권단이 요구하는 담보가액(지원액의 2백%·4조원)에 훨씬 미달한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은 따라서 구 회장의 특수관계인이 ㈜LG의 주식(52.53%)을 추가 담보로 내놓고 구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연대보증을 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만 "앞으로 LG그룹과 LG카드는 공동 운명체며 그룹 오너들이 LG카드를 책임지고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믿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은 LG카드에 내년 3월까지 확충키로 한 1조원(3천억원은 증자)을 연내에 예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채권단 모두가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등은 구 회장의 개인 주식만으로도 의지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등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측의 불만 LG는 "지주회사체제의 속사정을 잘 아는 채권단이 우리를 코너로 몰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문제에 대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나 자회사들이 금융계열사에 원천적으로 출자할 수 없는 데다 개인 대주주들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 7천억원 연내 예치 요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그렇게 예치할 돈이 있으면 굳이 채권단의 지원을 요청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LG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적극 호응해 올 3월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인센티브는 못줄 망정 그룹 경영권을 담보로 요구하고 있다"며 "누가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LG의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금융당국이 LG그룹의 경영권을 담보로 요구하는 채권단에 양보를 종용하고 있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구학·하영춘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