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온통 제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1917∼63)의 열풍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공중파 방송들과 케이블TV들은 연일 황금 방송시간대에 케네디 특별기획물을 내보내고 있으며,암살 미스터리를 다룬 저서도 여러권 출판됐다. 방송사들이 준비한 기획물은 12개가 넘는데 그의 가족사에서부터 성장기,대통령 재임기간의 일화,암살 당시의 상황 재현,퍼스트 레이디였던 재클린 등을 다루고 있다. 케네디에 대한 미국인들의 각별한 그리움은 오늘로 암살 40주년을 맞는다는 세월의 획도 있지만,이라크에서 미군 병사들의 사상자가 늘어나고 실업자들이 증가하는 침체된 사회분위기와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 60년대 비전과 희망을 제시했던 케네디를 닮은 새로운 지도자를 기다리는 인물대망론이라는 해석도 있다. 케네디는 아직도 미국인들에게 우상이나 다름없는 인물로 각인돼 있다. 부잣집 아들로 명문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호감있는 인상에 만능 운동선수였으며 논리정연한 말솜씨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용기있는 사람들'이란 저서로 퓰리처상을 받을 만큼 글재주도 뛰어났다. 게다가 매력적인 부인을 얻었고 조용하기만 한 백악관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러 스캔들이 얘기되고 있긴 하지만 겉으로는 미국인들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화목한 가정'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백악관은 이전의 나이 든 대통령들과는 달리 젊은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활기에 넘쳤고,쿠바의 미사일 위기를 후르시초프와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는 강단을 보였다. 시대의 이상형이었던 것이다. 이런 인물이었기에 케네디의 암살을 두고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났지만 마피아개입설,비밀공작설,소련음모설,경호원의 오발설 등이 회자되고 있으며 올해는 당시 존슨 부통령의 배후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의 이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케네디는 앞으로도 미국인의 '영원한 대통령'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며,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로 각색돼 해마다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