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강신호 전경련 회장을 만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해야 한다"는 수사 원칙을 밝히자 이같은 심증을 더욱 굳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이번에 당할 것은 당하더라도 차제에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사안들이 생길 것 같다'는 분위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서 규제는 많고 검찰이 무소불위로 기업을 옥죌 수 있는 환경에서 더이상 기업활동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재계 강경파들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모 전자회사의 한 중역은 "향후 5년내 웬만한 생산시설들은 중국이나 동남아로 모조리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본사만 한국에 남아 있으란 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재계 매파들은 특히 검찰이 대선자금과 관련 없는 과거의 의혹사건이나 기업 비리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는데 대해서도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검찰은 재계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 전술이라고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확보한 수사파일은 언제든 다른 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모그룹 기획실 관계자)는 불만이다. 해외업체들과의 경쟁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국내에서 이렇게 약점 잡히고 발목이 잡혀서야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하소연이기도 하다. 세부적인 수사 기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삼구 금호 회장의 경우 당초 검찰이 소환을 비밀에 부치기로 약속했지만 검찰 측이 공개하는 바람에 대외 이미지에 막대한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이 이같은 강성 기류들을 쉽사리 외부에 표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일단 검찰이 총수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총수 구명'과 '기업 보호'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현 상태에서 정치권이나 검찰과 대립각을 세워봐야 현실적으로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곳이 재계다. 다만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때 해외쪽 비중이 국내를 추월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시점에서 '탈 한국'에 나서는 기업들이 하나 둘 생겨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전경련의 박찬호 기획조정실장은 "지금처럼 경영외적 요인들이 기업경영을 현저하게 위축시킨다면 그 시기가 더욱 빨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