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의 양대산맥인 효성코오롱이 내수부진과 경쟁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으로 올해 섬유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울상을 짓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은 올 3분기까지 경상적자가 89억8천만원에 달했으며 4분기에도 원사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은 지난 2분기 5억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한 뒤 3분기에도 1백20억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해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폭도 △1분기 31.9% △2분기 43.4% △3분기 93.9%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효성도 스판덱스 호조에도 불구하고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원사 경기 침체로 3분기 섬유부문에서 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효성은 중공업 산업자재 등 섬유외 영업부문에서 실적이 좋아 그룹 전체 실적은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섬유부문만 두고 볼 때는 사상 최악의 실적이라는 평가다. 섬유부문의 실적 저조로 전체 영업이익은 4백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2% 줄었다. 효성 관계자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당초 목표인 매출액 4조1천억원,영업이익 3천억원의 80% 정도 달성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섬업계의 선발 주자인 두 회사가 이처럼 실적이 악화된 것은 대구의 직물업계가 무너지면서 국내 수요기반이 무너진데다 일부 워크아웃 기업의 덤핑 공세로 수익이 극도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왔는데 지금 보니 그 터널의 끝이 벼랑이었다"며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이뤄져 한계기업이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업체들의 숨통을 죄는 형국이 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오롱은 원사쪽을 줄이는 대신 필름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효성도 안양의 나일론 공장 일부를 폐쇄하는 등 국내 원사생산을 줄이는 대신 중국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증권 임정훈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한계기업을 워크아웃 형태로 그대로 방치해둬 우량기업인 코오롱과 효성이 되레 화살을 맞고 있는 격"이라며 "확실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우리 화섬업계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