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자는 흥미로운 숙제 하나를 갖고 있다. 돈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제는 그리 쉽지 않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돈 흐름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상황에 따라선 돌변하기 십상이다. 정부의 10·29 부동산대책에 대한 평가가 벌써부터 엇갈리지만 성공 여부는 앞으로 전개될 시중부동자금의 향배로 결론날 게 뻔하다. 다행히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서울강남의 부동산열기는 급랭하는 분위기다. 재건축은 물론 중대형 아파트 값도 떨어지고 미분양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증시 쪽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무엇보다 재정경제부가 은행 증권 투신 등 금융권을 동원하는 재래식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공동상품으로 만든 코리아 주가연계펀드(KELF)는 사실상 시중부동자금의 증시유입작전 1호작품.그러나 시판에 나서기도 전에 취급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증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혹여 금융사간 판매 경쟁이라도 벌어지면 쓸데없는 마케팅비용만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상품은 종합주가지수 890선이 돼야 투자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상품 발표 당시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코스닥시장을 소생시키기 위해 현행 코스닥지수에 '0'을 하나 더 붙이겠다는 방침이나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제혜택만을 되풀이 강조하는 증권 투신사 사장단의 대정부 건의내용 등을 투자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현 증시는 외국인이 확실하게 주도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외국인은 11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정부 일각에선 주가가 오른게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 양 떠들고 있지만 주가지수 800대의 한국증시는 분명 외국인의 작품이다. 개인과 기관은 지금도 철저하게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국내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는 이유부터 규명하는 게 증시 대책 마련의 첫걸음이다. 그들은 세제혜택이 부족하거나 마땅한 투자종목이 없어서 이탈하는게 아니다. 외국인의 치고 빠지기 행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여러 차례의 경험 때문이다. 최근 증시는 오르는 종목만 계속 오르는 차별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가지수가 올라 투자원금을 되찾은 펀드에 대한 환매는 늘어나지만 예탁금은 정체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KELF보단 앞으로 더 오를수 있는 우량주 펀드를 만드는 게 투자자 관심을 더 끌 수 있다. 세자릿수 지수를 만드는 숫자놀음보단 첨단기술력을 갖춘 우량벤처를 적극 발굴,투자자와 연결시키는 노력이 코스닥시장을 회생시키는 해결책이다.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적극적인 투자유인책에는 리스크가 따르게 마련이고 정부가 이런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곤란하다. 풀기 어려운 과제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시장의 원동력은 무엇이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시중자금을 증시로 물꼬를 바꾸는 작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 역할을 시장 참여자에게 맡겨야 한다. 수익만을 쫓는 참여자들이 범하기 쉬운 위규 위법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고 경고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증시는 활력을 되찾고 4백조원의 시중부동자금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song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