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횟수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9일 카드사 등 금융기관의 채권회수 시간을 종전의 오전 8시∼오후 9시에서 오전 7시∼오후 11시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위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기관들의 채무 재조정 계획이 공개된 이후 확산되고 있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채권 회수 시간을 제한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구체적인 적용 대상 기준이 마련되면 곧 바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위는 종전의 채권 회수 시간내에 일정 횟수 이상 연락해서 접촉할 수 없는 채무자에 대해서만 연장된 채권 회수 시간을 적용할 방침이다.

금감위는 채권 회수 시간 연장에 따른 사생활 및 인권 침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폭력과 폭언, 가족이나 친척 등에게 빚을 갚도록 강요하는 등의 불법 채권 추심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기관들의 채무 재조정 계획이 연이어 발표된 이후부터 채권 회수 시간대에 고의로 귀가하지 않거나 금융기관 채권 회수 직원의 감정을 증폭시켜 폭언을 유도한 뒤 녹음해 불법 채권 추심 행위를 했다며 협박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미 갚은 연체금을 돌려달라는 경우까지 있어 카드사 등 금융기관들이 채권 회수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실제 한 금융회사의 경우 지난 9월 16일부터 말일까지의 채권회수율은 21.7%였지만 지난달 중순 채무재조정 계획 공개이후인 10월16일부터 말일까지의 채권회수율은 15.8%로 5.9%포인트나 떨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