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No" 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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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상점에 가서 가장 흔히 들리는 말은 '이랏샤이마세 (어서 오세요)'다.
손바닥만한 구멍가게건, 번듯한 시설의 고급 레스토랑이건 주인과 종업원이 손님들에게 제일 먼저 건네는 말은 '이랏샤이마세'다.
손님 입장에서는 어딜 가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그러나 예외가 하나 있다.
외국인 손님이다.
일본 내각부가 최근 공개한 여론 조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더 이상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무려 32.1%에 달했다.
'늘어나길 바란다'는 응답 48.2%의 3분의 2와 맞먹는 수치다.
외국인 관광객을 오는 2010년까지 현재의 배인 연간 1천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고이즈미 내각의 청사진을 무색케 하는 내용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유다.
부정적 입장에 손을 든 사람들의 90.2%가 외국인 범죄 증가의 우려를 꼽았다.
여론 조사가 보통 일본인들의 반 외국인 감정을 드러낸 것이었다면 정치인의 악감정은 '입'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의 마쓰자와 나리부미 가나가와현 지사는 지난 2일 중국 유학생들을 좀도둑으로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한편에서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한일합방이 한국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일본 정치인들의 저질 망언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상대국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건,자신의 인기와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의 망언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내리 깔보는 멸시에 일본 땅을 밟지 말라는 배타적 우월주의까지 가세했다는 것이다.
극우보수 집단 외에 차세대 정치 엘리트의 입에서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80년대 말 화제가 됐던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은 미국 등의 일본 때리기에 대한 반발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오늘의 일본은 아시아의 리더를 자처하면서도 일부 외국인 범죄를 핑계로 이웃을 향해 '노'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는 망언과 집단 원정 매춘 등으로 상대국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