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최대 불안요인으로 지적됐다. 때문에 한국의 국가리스크는 중동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이나 중국과 맞서는 대만보다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됐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가진 '국가신용등급 설명회'에서 "국제법을 무시하는 '불량국가'(북한)와 인접한 나라는 세계에서 오직 한국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 이스라엘 대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피해를 입게 돼 우발채무 가능성도 월등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S&P는 설명했다. 존 체임버스 S&P 정부신용등급 평가그룹 부대표는 "북한이 자체 붕괴해 큰 마찰없이 평화적인 통일이 이뤄져도 한국은 엄청난 통일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최소한 국내총생산(GDP)의 3배 이상은 쏟아부어야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통일에 대비해 충분한 규모의 재정준비금을 축적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체임버스 부대표는 권고했다. 공적자금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을 통한 정부의 과도한 '준(準) 재정활동' 역시 한국 신용등급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채정태 S&P 한국사무소 대표는 "그동안 한국 정부는 상당액의 공적자금을 투여해 금융회사들의 부실을 털어냈다"며 "이제는 정부가 아닌 기업과 개인이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시장규율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P는 현재 1천4백억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비어스 S&P 정부신용등급 평가그룹 대표는 "한국은행이 통안증권 발행을 통해 외환수급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는 정부 재정에 부담"이라며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단계를 넘어 과도한 수준에 이르면 오히려 문제를 자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에 대해서는 "파병 자체가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파병 자체는 국가신용등급에 중립적이라는 얘기다. 이밖에 S&P는 "한국의 경기 회복 시기는 미국 경제 등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