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국말도 잘하고 기술도 있습니다. 고용허가제 도입에도 앞장섰고요. 그런데 우리가 강제 추방 대상이라니 말이 됩니까." 지난 1일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랴키(41)는 입국한 지 4년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강제 출국토록 한 한국정부의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7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 불법체류자가 된 랴키는 자신과 같은 장기체류자들을 강제 출국시키는 것은 자신들을 고용한 기업에 큰 손해라고 강조했다. "절대 귀국하지 않을 겁니다. 15일까지 일한 뒤 단속이 시작되면 피했다가 법이 바뀌거나 단속이 잠잠해질 때쯤 다시 일을 시작할 겁니다"라고 랴키는 말했다. 반월공단 판금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출신 에드리 싱허(36) 역시 귀국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싱허는 "고국에 돌아가서 조그마한 집이라도 마련하려면 지금 귀국해서는 안된다"며 귀국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자진 귀국 대상인 입국 4년 이상 외국인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귀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자진해서 출국한 4년 이상 불법체류자는 1일 현재 고작 4천6백여명으로 전체 대상인원 7만8천여명의 5.8%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출국 후 재입국 대상인 3∼4년차 중국 베트남 출신 근로자들의 경우 자국 법률에 의해 한국 재입국이 불허됨에 따라 이들 국가의 해당 근로자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강제 출국 대상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최대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는 16일 이후 단속원과 불법체류자 간에 쫓고 쫓기는 악순환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들에게 출국을 전제로 확실한 재입국을 정부간 문서로 보장하지 않을 경우 고용허가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의 말을 정부 당국자들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김희영 사회부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