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기본 방향과 구체적인 정책 사이에 논리적 비약이 너무 큽니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시장개혁 3개년 계획' 로드맵에 대해 재계는 "정부가 모순되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가지려고 드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아닌 '시장에 의한 감시'라는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시장감시도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결국 출자총액규제를 당분간 끌고 가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한 손엔 시장에 의한 감시, 다른 한 손엔 출자총액규제라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것을 들고 선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신종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기업정책 태스크포스팀장)는 "이번 로드맵에 담긴 정부의 기본 입장은 의결권 승수(총수의 현금투입 지분 대비 실제 지배력 행사 지분)가 높으면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이고 지배구조가 나쁘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면서 대주주가 회사돈을 빼돌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상무는 "하지만 의결권 승수, 지배구조, 소액주주 희생이라는 세 가지 개념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시장감시 장치가 부족해서 규제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공식논평을 통해 "정부감시 규제를 시장감시 체제로 바꾸겠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런 기본취지나 방향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아직도 규제적 방식에 의존하는 등 부적합한 측면이 많으므로 재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의는 "우리의 시장규율제도는 선진국 수준이며 주주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장감시기능도 궤도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