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ㆍ학교재단 기부금도 회수 ‥ 예보, 부실기업주 재산찾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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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가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 부실기업의 기업주들이 종교재단이나 학교재단에 기부한 돈을 회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부실 기업의 옛 사주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강도 높은 회수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이 부실 기업주들의 은닉 재산임을 입증해야 하고 찾아오려면 소송을 거쳐야 해 공적자금 회수는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재단에 기부한 재산도 회수
예보는 최 전 회장이 지난 98년부터 자신과 부인이 각각 이사장으로 있던 신동아학원과 기독교선교횃불재단에 2백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불법 기부했다는 검찰의 조사에 따라 이 돈에 대한 회수작업에 나섰다.
이 기부금이 개인 돈이 아니라 공적 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의 돈이었고 이사회도 거치지 않은 '불법 기여'라는 점을 들어 대한생명에 소송을 통해 돈을 회수할 것을 지시했다.
예보는 또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도 회사 부도 이전 수백억원을 모 교육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회수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보 관계자는 "수년에 걸쳐 기부행위가 일어났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집계하기 힘들지만 일단 소송 등을 통한 회수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순목 전 우방그룹 회장이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에 매각한 건물도 은닉 재산으로 보고 소송을 통해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실제 회수는 쉽지 않을듯
예보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은닉 재산으로 의심되면 종교ㆍ교육재단을 가리지 않고 소송을 통해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부실 기업주들이 대부분 추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렸기 때문에 의심나는 돈에 대해서는 무조건 조사, 회수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
대표적인 사례가 3자 명의로 재산을 빼돌린 경우다.
예보는 최근 부실책임 조사에 들어간 K사 사주가 부도 직전 1백여억원의 예금을 인출, 내연관계인 A씨에게 줘 건물을 산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A씨와 K사 사주의 관련을 법적으로 증명하기 어렵고 1백억원 모두 현금으로 거래돼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일부만 회수한 상태다.
N사의 경우도 사주가 자녀와 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현재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자금 증여의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건설업체인 S사도 옛 사주가 부실 책임은 지지 않고 친인척 등을 통해 아직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옛 사주 명의의 재산은 한푼도 없어 회수는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예보 관계자는 "옛 사주 명의의 재산을 찾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돈을 현금으로 빼돌린 경우가 많아 정황상 증거를 잡아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예보는 지난 8월말 현재 1백25개 부실기업에 대한 조사를 벌여 46개 기업의 부실책임자 3백29명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라고 채권금융회사들에 통보해 놓은 상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