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는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간의 환율 마찰, 보호무역주의 강화, 달러화 약세 등의 불안요인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미국의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가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국제 통상환경에서 당분간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최대 현안으로 주목될 전망이다. ◆ 쌍둥이 적자 동향과 전망 =미국 경제에서 재정수지 적자보다 더 우려되는 것이 경상수지 적자다. 미국의 경상수지는 1985년 미ㆍ일 정부간에 달러화 약세(엔화 강세) 유도를 결의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효과가 나타나면서 1991년에는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92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적자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올해는 국민총생산(GDP)의 5%가 넘는 5천5백억달러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절대규모나 GDP에 대비한 비율면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치에 해당된다. 재정수지는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의 노력으로 1998∼2001 회계연도 기간 중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2 회계연도부터 적자로 반전됐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재정수지 적자는 4천5백억달러로 GDP의 4.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비율면에서 83년의 6%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절대규모는 사상 최대치다. ◆ 쌍둥이 적자의 원인과 전망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원천적으로 국내 저축금액이 국내 투자에 못미침에 따라 부(負)의 저축-투자 갭이 발생한데 기인한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92년 최고치인 8.7%를 기록한 뒤 2001년 이후부터는 2%대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민간투자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큰 폭 증가했다. 결국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저축-투자 갭이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인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수지가 2002 회계연도부터 악화된 것은 경기침체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 감소 등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미국 경기가 본궤도에 오르면 재정수지 적자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CBO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는 2005 회계연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07 회계연도에는 1천억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쌍둥이 적자의 영향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번의 쌍둥이 적자가 80년대 전반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 필요가 있다. 80년대 전반에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정책 조합의 산물이었다. 경상수지 적자가 재정수지 적자에 기인한다는 '쌍둥이 적자론(twin deficit hypothesis, 재정수지 적자 발생→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시중금리 상승→외국자본 유입→달러가치 상승→경상수지 적자 확대)'이다. 반면 이번 쌍둥이 적자는 미국 자체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의 고성장에 따른 세계 수입창고 역할과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과정에서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 따른 '근린 궁핍화' 성격이 짙다고 보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따라서 80년대 쌍둥이 적자는 자충수에 빠진 미국이 달러 약세 유도라는 플라자 합의를 수용해 개선했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선진국간의 합의보다는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이미 2001년 말부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자국통화 가치의 평가절상 압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보호무역 조치를 동원해 해결하려는 2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수단으로 '달러 약세' 정책을 본격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단계까지 이르면 세계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결국 이런 움직임들이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국제 통상환경의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