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이데시타클리닉. 내과ㆍ노인진료 종합병원인 이 병원은 히로시마 시민들 사이에 '대기시간이 없는 병원' '짜증나지 않는 병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외래환자가 병원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이다. 진료기록카드 작성, 약처방 발급, 병원비 수납 등의 절차도 합쳐서 15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워낙 많아 병원에 한번 가면 아무리 서둘러도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데시타클리닉은 다르다. 처음 가는 환자라도 45분이면 충분하다. 진료카드 작성에서 수납에 이르는 단계별 대기시간을 10분 이내로 줄였기 때문이다. 이 병원에 들어가면 '대기시간이 10분을 넘으면 직원에게 연락해 달라'는 접수창구의 안내표지판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7월 이전에는 이데시타클리닉도 여느 병원과 다를 바 없었다. 환자 대기시간이 평균 90분을 넘기 예사였다. "뭔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던 터에 우연히 와카마쓰 요시히도 전 도요타 사장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도요타의 '간방(看板ㆍ업무흐름표)' 방식이 퍼뜩 떠올랐습니다."(이데시타 히사토 원장) 이데시타 원장은 환자진료 체계에 간방 방식을 도입키로 하고 지난해 7월 카르망과 계약을 맺었다. 카르망은 도요타 출신들이 도요타 방식을 전파하기 위해 설립한 컨설팅 회사. 카르망은 이 병원의 진료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접수->카드 작성->진료->처방->수납으로 이어지는 업무흐름 사이의 시간 낭비가 대기시간 연장으로 이어졌던 것. 카르망은 무엇보다도 먼저 각 단계의 시간 낭비를 줄이도록 했다.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1백60여명의 병원 직원들이 즉각 환차들의 대기시간 단축 방안을 찾아 나섰다. 문제를 발견하면 즉석에서 토론을 벌여 해법을 마련하는 식으로 하나하나 개선해 나갔다. 한 예로 이데시타클리닉은 환자들을 위해 진찰실 앞에 '진료기록카드 진행관리판'을 설치했다. 도요타의 간방과 같은 것이다. 안내판에는 진찰은 물론 처방전 수령, 수납까지 걸리는 환자별 소요시간이 계산돼 적혀 있다. 이 병원은 도요타 방식을 도입한지 1년만에 90분 정도 걸리던 평균 대기시간을 40~50분 수준으로 줄였다. 개선활동이 집약되다 보니 10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7명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효율이 높아졌다. 유휴 인력은 서비스 접점에 배치해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게 했다. 다카야마 과장은 "업무효율을 개선함으로써 고객(환자) 만족뿐 아니라 직원의 근무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히로시마=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