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대조세제의 오류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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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자(10월 17일) 시론에서 김윤상 교수는 지대조세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지주가 받는 토지 사용료를 모두 세금으로 환수하고 지대조세 외의 모든 세금은 될 수 있는 한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19세기 미국의 저술가였던 헨리 조지의 단일세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지대조세제는 토지시장에서 가격이 담당해 온 역할을 완전히 죽여 버린다.
다른 모든 시장과 마찬가지로 토지시장에서도 가격은 중요하다.
가격이 있기 때문에 어느 땅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격이 없다면 도심 한복판의 땅이 창고로 이용될 수도 있고,가치도 없는 땅에 고층빌딩이 들어서게 된다.
사용료의 1백%를 환수할 경우 모든 토지의 가격은 0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사용료를 얼마로 받든 모두 세금으로 환수되는 상황에서 토지 주인은 당연히 자기 토지의 용도가 무엇이 되든 전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국가가 모든 토지의 용도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헨리 조지가 말했듯이 결국 지대조세제란 강제 몰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토지 국유화의 수단인 셈이다.
둘째,이 주장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 토지소유자에게 돌아간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임금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나머지 수익은 모두 지주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대부분의 고전경제학들이 받아들이던 노동가치설에 기초해 있다.
마르크스는 이 이론에 기초해서 모든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가져간다고 했다.
헨리 조지에게는 지주가 자본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헨리 조지가 깨닫지는 못했지만,노동가치설이 잘못된 이론임이 그가 저술을 하던 시대부터 밝혀지기 시작했다.
칼멩거나 제본스 등의 새로운 학자들에 의해서 한계생산력 이론이 등장한 것이다.
자본가나 지주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자본이든 노동이든 토지의 소유자든 각각이 생산에 한계적으로 기여한 만큼을 가져간다는 것이 그들의 이론이었고,현대 경제학은 모두 한계이론에 기초해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 지주에게 귀속되지는 않는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지가도 올라가지만,임금도 올라가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통계를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경우 지난 1백50여년간 국민소득 중 지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헨리 조지의 이론이 맞다면 지대의 비중은 계속 높아졌어야 옳다.
그의 이론이 맞다면 우리나라의 노동자들도 계속되는 성장에도 불구하고,여전히 1960년대 이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셋째, 현대 사회에서 지대조세로 국가의 모든 재정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발상에도 문제가 있다.
농경사회의 경우 사회에 존재하는 유일한 자산은 토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할수록 토지 외의 자산들이 많이 생겨난다.
각종 건물,기계들,그리고 요즘에는 지식재산을 비롯한 무형 재산들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위의 몇 가지 문제만을 가지고도 지대조세론이 학문적,현실적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토지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원인은 지나치게 엄격한 우리나라의 토지규제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전국토 면적 중 우리가 주택이나 상가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토지는 6% 정도다.
나머지는 농지와 임야로 묶여 있다.
토지가 있는데도 그것을 농지나 임야로 꽁꽁 묶어 놓고 있기 때문에 도시주택가격이 비싼 것이다.
그런 문제가 세금만으로 잡히리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인지 모른다.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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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17일(금)자에 실린 김윤상 경북대 교수의 시론(가장 덜 나쁜 세금 토지보유세)에 대한 반론입니다. 시론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