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섬인 혼슈(本州) 북쪽 끝에 위치한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는 지난 92년부터 폐기물 처리장을 가동한 일본의 대표적 핵 시설 단지다. 이곳은 일본 내 53개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갖 핵폐기물이 집결하는 곳이다. 또 핵연료인 우라늄 농축공장을 비롯 2년 뒤 가동할 '사용 후 연료 재처리공장'이 들어서 있어 문자 그대로 일본의 핵연료 산업 핵심기지다. 핵시설 부지는 약 2백20만평(7백40만㎡)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시설 단지의 맨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폐기물처리장은 지난 92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폐기물은 방사능 안전검사가 끝나면 2백ℓ들이 드럼통에 넣어 깊이 8t인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6m 높이로 차곡차곡 쌓는 방식으로 저장한다. 그 위에다 다시 12m 높이까지 도자기원료로 쓰이는 '벤토나이트' 혼합토와 흙을 덮어 다지면 매립은 끝난다. 일본 정부와 지역 주민이 서로 '윈-윈'한 모범사례로 국내에 자주 소개된 이 지역도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놓고 한때 심한 내홍을 겪었다. 1984년 정부 계획이 발표됐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4년 뒤에야 공사가 시작됐다. 당시 일본원연 등 사업자측과 아오모리현,로카쇼무라 등 지자체는 "핵 폐기물이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으며 방사능 수치 등 원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또 엄청난 규모의 재정지원을 약속,주민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 88년부터 99년까지 4백22억엔(약 4천2백20억원)을 투입,지역 개발 및 주민 복지 사업에 쓰도록 했다. 각종 원자력 시설이 들어서면서 신규 고용도 창출됐다. 이로 인해 80년대 초반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이곳의 1인당 평균 소득은 2000년 현재 3백20만엔(3천2백만원)으로 전국 평균(2백99만엔)을 훌쩍 넘어섰다. 문화센터 노인정 장애인편의시설 공원 체육관 등이 생기면서 삶의 질도 높아졌다. 시설 건립 때 약속한 '정보공개' 원칙에 따라 3개월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30여개 농수산물의 방사능 수치가 주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로카쇼무라 원전시설의 안전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은 이런 이유에서 원전시설을 유치한 데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75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토 젠에몽씨는 "겨울이면 주민들이 도쿄로 돈을 벌러 떠나야 할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원자력시설이 들어선 뒤 인구도 늘고 지역경제도 크게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현재 로카쇼무라에는 한국이 추진 중인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외에 우라늄 농축시설과 사용후 연료 재처리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아카사카 다케시 일본원연 부장은 "저준위 폐기물은 방사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처럼 소각처리해도 별 문제가 없다"며 "다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국제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카쇼무라 (일본)=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