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숯을 이용한 설치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선기씨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박씨는 지난 94년 이후 국내에서 9년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서 '존재'를 주제로 한 숯 설치작 16점을 선보인다. 중앙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박씨는 94년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미술원으로 유학을 떠난 뒤 유럽 각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개인전을 가졌고 국제아트페어에도 활발히 참가하고 있다. 97년부터 밀라노에 있는 로렌스루빈화랑의 전속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작가가 사용하는 숯은 이탈리아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바비큐용 막숯이다. 자연스러운 형태의 숯을 나일론 낚시줄로 연결,천장에 매달아 숯과 나일론 줄이 어우러지는 흑백의 풍경을 연출한다. 고대 그리스 건축의 아치나 기둥에서 느껴지는 '조화와 질서'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풍부한 농담(濃淡)을 지닌 수묵산수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아치나 기둥 형태이긴 하지만 완성된 건축물이라기보다 공사가 진행 중인 건축물에 가까워 '미완(未完)의 미'를 암시하기도 한다. 박씨는 현재 포르투갈의 아르테 마니페스토화랑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에 진출,워싱턴 뉴욕 LA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27일까지. (02)736-102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