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12월 국민투표에서 재신임을 받을 경우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을 대폭 개편할 것임을 예고함에 따라 관가에 때이른 '레임덕 신드롬'이 우려되고 있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이달말로 예정된 부동산투기 종합대책을 비롯 노사혁신 로드맵과 경기회복 후속조치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앞에 놓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 개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지만 공직사회에서는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건 못받건 현 내각의 수명은 길어야 6개월짜리가 된 것 아니냐"며 어수선해하는 모습이다. 국무총리실은 부랴부랴 공직자들의 기강을 다잡기 위한 합동점검반을 편성, 이달말부터 일제 점검에 나서기로 했지만 재신임 정국이 마무리되기까지는 공무원 사회의 동요가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등 핵심 경제부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전면 개각'을 단행한다면 경제팀장인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등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박봉흠 예산처장관 등은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총선 차출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각까지 예고되는 바람에 일할 맛이 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건교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동산 관련 주무 부처로서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강남 집값 등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말 내놓을 대책의 '약효'를 극대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최종찬 장관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상당기간 장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집값 안정대책 등 산적한 현안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위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건립 계획이 주민들의 반대로 벽에 부딪쳐 있는데다 신산업 육성과 관련, 정보통신부ㆍ과학기술부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윤진식 장관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는 개각폭이 반드시 전면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행정부처 중심의 국정 수행을 강조해 왔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와의 정책적 긴장ㆍ협조 구축을 주문해온 만큼 부처 행정의 일관성 유지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개각폭을 넓히더라도 노 대통령이 코드인사 시비를 없애면서 현재의 난국을 조기 타파하기 위해 전직 관료들의 기용에 중심을 둘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윤철 감사원장 후보,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 등 경제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장관들을 잇따라 기용한 것이 향후의 개각방향에 대한 암시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원순ㆍ김수언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