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산성-'도요타에서' 배운다] (1) (인터뷰) 조 후지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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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실적이 좋다고 만족하거나 안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지요.
개선과 개혁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 한 도요타의 성장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결산에서 1조4천억엔이 넘는 사상 최대의 경상이익을 올리며 일본 최강 기업이라는 명성을 거듭 확인시킨 도요타자동차의 조 후지오 사장(66).
지난 6일 도쿄 이케부쿠로의 초대형 도요타 전시장에서 만난 조 사장의 모습에서는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라고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겸손이 넘쳐 흘렀다.
일본 열도가 '도요타 배우기' 열기로 달아올라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과찬이다"며 "도요타 웨이(Toyota Way)를 바탕으로 과감한 경영 혁신을 계속 이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요타 배우기' 열기가 뜨겁습니다.
기업은 물론 관청 병원 은행 우체국까지도 도요타 학습에 앞다퉈 뛰어 들면서 '도요타가 일본을 구한다'는 찬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실패와 시련을 극복하면서 스스로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워 왔습니다.
고객과 다른 회사들의 경험도 도요타의 성장에 타산지석으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에 도전해 모든 측면에서 착실히 개선 효과를 올린 것이 외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외부의 찬사와 긍정적 평가에 도요타 임직원들은 '과찬'이라며 겸허한 태도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만.
"지금 이 상태가 가장 좋다고 안심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나쁜 버릇이지요.
세계 경제와 비즈니스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으며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개선과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업 규모와 조직이 거대화되면서 정보와 문제의식의 공유, 신속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도요타만의 사고와 스타일을 축으로 대담한 경영혁신에 도전, 세계의 수많은 고객들로부터 신뢰와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변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도요타식의 개선 방법을 배우려는 기업과 개인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교훈을 하나만 들려 주십시오.
"인간의 지혜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가이젠(改善)'은 모든 측면에서 추진돼야 할 과제인 동시에 영원한 경영 테마이기도 합니다.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개선에 매달릴 수 있는 기업 풍토를 조직 내에 확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같은 풍토를 바탕으로 개선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도요타는 고용 안정과 부품 메이커들과의 공생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같은 전통이 장애 요소가 되지는 않는지요.
"도요타는 '사람'을 기르는 것을 중시합니다.
안정적인 고용은 인재육성과 팀워크로 일을 추진하는데 대단히 유효한 방법입니다.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도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획기적인 경쟁력 향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이야말로 일본문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늘 강조하고 있는데요.
"자원이 빈약한 일본이 살아남으려면 일본인만의 지혜와 기술을 살려 제조업으로 세계에 공헌해야 합니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사명은 일본이 아니면 개발해 낼 수 없는 기술을 더 연마해 여러 나라 고객의 욕구에 맞는 고품질 상품을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일본의 제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제조업의 중요성을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좀 더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젊은 노동력이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제조 현장도 좀 더 일하기 편한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자진해 기본급 인상을 포기했습니다.
사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노조가 기본급 인상 요구를 포기했다고 해도) 도요타는 임금을 동결한 것이 아닙니다.
정기승급분에 해당하는 월 6천5백엔은 인상해 줬습니다.
도요타는 실적만이 아니라 일본 경제 전체의 상황, 물가수준, 도요타의 상대적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임금을 결정합니다.
도요타에는 계열사까지 포함해 모두 26만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만 근로 의욕,자세와 성과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쳐 도전하는 것이 도요타 구성원들의 저력입니다."
-80년대 후반부터 7년간 미국 켄터키 공장의 최고책임자로 일하면서 체험한 미국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언어 문화 습관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도요타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가를 절감했습니다.
예컨대 조직의 목표와 과제,매니저와 팀 구성원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조직에 축적된 지혜와 노하우를 매뉴얼화해 모두가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도요타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부의 신념과 가치관을 다른 누가 보더라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요타 웨이 2001'이라는 이름으로 집약, 정리한 데도 미국 경험이 큰 계기가 된 셈이지요."
-한국 산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조언을 한마디 해 주십시오.
"도요타는 일본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과 상호 경쟁을 통해 성장해 왔으며 앞으로도 다른 회사들의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과도 서로 배우고 갈고 닦으면서 함께 발전하고 싶습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