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8:16
수정2006.04.04 08:19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와 내각 총사퇴 및 반려 등 돌발 변수에도 불구하고 범정부차원의 집값안정 종합대책은 예정대로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내각의 사표를 반려한 직후 과천 청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등 각종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12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가 끝난 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국세청이 투기 혐의가 있는 강남지역의 부동산 거래 2만여건을 수집해 조사한 결과 은행 대출로 이뤄진 거래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았다"고 말해 강남지역 부동산 시장의 돈줄을 꽉 죄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정부는 지난 11일 각 부처 실무 관계자들이 모여 6시간 동안이나 부동산 대책 관련 회의를 하는 등 집값잡기 아이디어를 찾는데 분주했다.
이 자리에서는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해 아예 투기꾼들의 이동경로를 차단하자 △토지처럼 주택도 거래 허가제를 도입해 거래 자체를 정부가 통제하자 △일부 외국처럼 시세보다 싸거나 비싼 매물을 정부가 우선 매입한 뒤 적정 가격에 되파는 식으로 집값을 조절하자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무원을 총동원해 떴다방을 뿌리뽑자 △관련법(주민등록법)을 고쳐서라도 개인별이 아니라 가구별로 부동산 보유현황을 파악해 과다 보유 가구에 세금을 무겁게 매겨야 한다 등 갖가지 묘수(?)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와 지자체의 행정수요 등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도 일부 제시됐다"며 "다만 관련부처와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한 과제들이어서 실제 안정대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고위직들도 '집값 잡기'와 관련, 강도 높은 아이디어를 수시로 내놓고 있다.
이들은 실현성 여부를 떠나 △강남지역 부동산 보유자 명단 공개 △강남 등 투기지역 내 주택매매허가제 실시 △기존 주택담보대출금 회수 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언론의 다양한 예측 보도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참여정부 들어 여차하면 정정보도를 요청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심지어 그 흔하던 보도해명자료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겁을 주기 위해 언론이 마구 부풀려 보도해 주길 은근히 바라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총리가 다그치니까 뭔가 획기적인 대책은 내놓아야 하겠는데, 그럴 만한 것들이 없어 어쩔수 없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를 잡을수 있는 묘안이 여지껏 남아 있다면 경제부총리가 지금까지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 아니냐"며 "획기적인 대책이 쉽게 마련될 수 있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정부 일각에서는 이달 말에는 부동산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ㆍ단기 대책 위주로, 11월말에는 토론회나 공청회 등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장기대책을 내놓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황식ㆍ현승윤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