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일터만들기' 좌담회] "경영비전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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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훌륭한 일터는 신뢰경영에서부터 시작된다. 회사는 종업원들에게 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일터가 많아지면 우리 사회의 신뢰자산은 그만큼 늘어난다.'
한국경제신문과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가 지난 10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 18층 삼성SDI 회의실에서 개최한 '훌륭한 일터, 어떻게 만들 것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신뢰경영을 통해 훌륭한 일터를 만들어 우리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관응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지난 8일 '2003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 최우수상'을 받은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과 '훌륭한 일터 운동'의 창시자인 로버트 레버링 박사, 조남홍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 참석자 >
김순택 < 삼성SDI 사장 >
조남홍 <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
로버트 레버링 < 박사 >
이관응 <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 소장 (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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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응 소장 =훌륭한 일터는 종업원과 경영진의 '신뢰', 직장에 대한 종업원의 '자부심', 함께 일하는 '재미' 등 세가지 핵심 요소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올해 훌륭한 일터상을 수상한 15개 업체를 대표해 최우수상 수상업체인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께서 수상 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 김순택 사장 =임직원과 임직원의 가족들, 그리고 협력업체 임직원들까지 모두 협력해 노력해온 결과입니다.
삼성SDI는 디스플레이 전문 메이커로 초일류기업을 지향합니다.
이 목표는 종업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없이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로버트 레버링 박사께서 '신뢰, 자부심, 재미'를 가지고 훌륭한 일터를 설명하는 것을 듣고 지금까지 임직원들과 함께 노력해온 방향이 틀리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함께 상을 받은 다른 기업들에서도 훌륭한 일터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 수상기업들의 사례가 널리 알려져 이들 CEO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조남홍 부회장 =20여년 전부터 경총은 '보람의 일터'라는 시상제도를 시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여러가지 이유로 이 제도가 지속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한국경제신문과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가 제정한 훌륭한 일터상이 보람의 일터가 추구했던 뜻을 이어가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종업원들이 직장에서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노사간 신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이 소장 =훌륭한 일터는 갈등적 노사관계를 풀어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인데요.
△ 김 사장 =그렇습니다.
훌륭한 일터는 노사관계 청년실업 등 우리 경제의 현안을 푸는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훌륭한 일터의 개념을 한국적 상황에 맞도록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이를 신문지면 등을 통해 널리 알려야 합니다.
이런 노력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 이 소장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데 선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훌륭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CEO들은 당장 기업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 로버트 레버링 박사 =훌륭한 일터는 경기 사이클과 전혀 상관없습니다.
'신뢰'를 '품질'과 비교해서 살펴봅시다.
예를들어 삼성SDI는 품질면에서 '6시그마'를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6시그마는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언제나 유지돼야 하는 조건입니다.
신뢰도 마찬가지죠.
경기가 좋고 나쁨에 따라 선택적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란 뜻입니다.
경기침체기에도 신뢰는 지켜져야 합니다.
불황을 이기기 위해 기업들이 택하는 방법중 하나가 대량해고입니다.
대량해고는 노사간 신뢰를 파괴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미국의 한 회사는 종업원들이 출근할 때 출입문을 통과하기 위해 제시하는 자동인식카드를 통해 해고사실을 통보했습니다.
해고대상자의 카드로는 출입문이 열리지 않도록 한 것이죠.
자신의 카드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해고됐다는 것을 알게하는 잔인한 방식이었습니다.
반대로 시스코는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전직과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스코는 떠나는 사람은 물론 남아 있는 사람들간의 신뢰도 해치지 않았습니다.
△ 조 부회장 =평소에 쌓아둔 신뢰는 위기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는데 진가를 발휘합니다.
우선 CEO가 직원들과 대화를 자주해야 합니다.
맥주파티에서부터 심지어 최근엔 목욕을 같이 하는 경우까지 등장하더군요.
이런게 어렵다면 핫라인을 만들어서 대화창구를 열어야 합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직원들과 자유롭게 대화해야 합니다.
△ 이 소장 =삼성SDI를 훌륭한 일터로 만들어오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요.
신뢰구축 과정에서 어려움은 어떤게 있었나요.
△ 김 사장 =종업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종업원에게 꿈을 줘야 합니다.
비전을 줘야 경영진을 신뢰합니다.
삼성SDI는 몇년전까지만해도 브라운관 제조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브라운관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미만입니다.
PDP 2차전지 등 차세대 전략상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가도 많이 올랐죠.
종업원들에게 믿고 따라오라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삼성SDI는 현재 7개국에 12개공장이 있습니다.
각 공장에선 매달 종업원들에게 경영 상황을 소상히 설명합니다.
좋은 일은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도 상세히 전합니다.
브라운관을 만드는 수원사업장의 경우 한때 3천5백여명이었던 직원 수가 지금은 1천여명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직원들은 회사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 조 부회장 =맞습니다.
기업은 종업원들에게 꿈과 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국내 상위 1백대 기업 인사팀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뢰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종업원들이 발전 가능성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김 사장 =일하는 재미를 갖게 하기 위해선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회사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뛸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CEO가 훌륭한 일터,재미있는 일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임원들과 함께 하고 이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에선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중요합니다.
△ 이 소장 =신뢰구축을 위해선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요.
△ 레버링 박사 =우선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사업 성공과 관련된 비전을 설정하고 여러가지 세부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비전과 세부 목표들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는 조직의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경영진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는 얘기죠.
세번째는 칭찬하는 분위기입니다.
성과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금전적인 보상도 필요하지만 매일매일 같이 일하는 사람을 존중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더욱 중요합니다.
△ 이 소장 =훌륭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선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경제단체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개인과 기업은 일이라는 접점을 통해서 만납니다.
그래서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게 정말 중요하죠.
△ 김 사장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기업 내부의 신뢰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신뢰도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뒤늦게 자본주의적 기업활동을 시작한 중국에 비해서도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평가는 낮습니다.
반(反)기업정서가 문제예요.
기업을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 내부의 신뢰는 개별 기업이 할 수 있지만 반기업정서는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 조 부회장 =기업 스스로도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정직해야 합니다.
그래서 윤리경영이 중요하죠.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리헌장만 제정한 기업의 주가상승률은 12%에 그쳤지만 윤리헌장에다 전담부서까지 만든 기업은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윤리경영을 통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