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분양가 규제 바람직한가' ‥ 김근용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20여년간 연평균 50여만가구 수준으로 주택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200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백%를 넘어섰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주택보급률 1백%라는게 모든 가구가 주택을 한채씩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그게 아니다.
주택보급률은 주택수를 가구수로 단순히 나눈 값으로 보급률 1백%라는 것은 주택수와 가구수가 같아졌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지역간, 계층간 주택소비 실태를 보면 주택시장의 현안문제가 무엇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지역별로 보면 일부 지방은 주택보급률이 1백20%를 웃돌아 빈집이 수두룩하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일부 대도시 지역은 보급률이 아직 90%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계층별로 보면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3백30만명으로 전체가구의 23% 수준이며, 단칸방 거주 가구도 전체가구의 10%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아파트 분양가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주택이 부족하고 주택가격이 높은 수도권 지역이다.
잘 알다시피 1998년 이전에는 원가연동제 등에 의하여 아파트 분양가격이 규제되다가 1999년부터 전면 자율화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아파트 분양가격은 주변지역의 시세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평당 수천만원하는 고급아파트를 제외하더라도 수도권의 일부지역에서는 국민주택 규모로 분류되는 30평형 아파트의 분양가격도 평당 1천만원에 육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주택 서민의 주택 마련에 대한 소박한 꿈은 멀어져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아파트 분양가격을 다시 규제하자거나 건설원가를 공개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분양가격 규제나 원가공개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주택사업자들은 분양가격을 규제하는 행위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뒤흔든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건설원가 공개 역시 택지비와 자재비, 인건비 외에도 여러가지 유무형의 비용이 건설원가에 복합적으로 내재돼 있으므로 산술적 계산이 무리라고 주장한다.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하지 않고서 어느 한편의 손을 드는 것은 감정에 치우치기 쉽다.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존중하면서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을 위한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은 없을까?
그 해답을 택지부문에서 찾아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주택사업자가 민간택지를 시장가격으로 구입하여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주택가격을 규제하거나 건설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택지개발사업 등을 통해 택지를 조성하여 시장가격 이하로 공급하는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는 분양가격을 규제하거나 원가를 공개하도록 유도할 명분이 있다.
현행 제도상 전용면적 60㎡(18평) 이하 분양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공공택지는 시가에 현저히 못미칠 뿐 아니라 조성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주택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60㎡ 초과 분양주택을 위한 공공택지도 시가보다 낮은 감정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택지를 염가로 공급하는 목적이 비단 주택공급의 원활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택지개발촉진법 제1조에서도 공공택지를 공급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국민주거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두고 있다.
이와 같이 주택사업자가 택지 취득단계에서 제도적 혜택을 받아서 건설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경우에는 그 혜택의 일부가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따라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그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규제하도록 하고,이와 병행하여 택지의 분양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