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茶山경제학賞] 김세원 서울대 교수 : '특별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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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김세원(金世源ㆍ64)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60년대 초부터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의 경제통합 과정을 연구, 경제 통합에 대한 이론적 기초와 정책적 제안들을 제시해 왔다.
최근 국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통합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 김 교수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장벽없는 대(大)시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특별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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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70년대 침체기를 거쳐 경제통합의 추진에 다시 활력을 되찾은 것은 80년대 중반 '유럽공동체(EC)-1992년 계획'과 단계별 통화통합이 현실로 옮겨지면서부터다.
이같은 두 시도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우선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경제통합은 이론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의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 계획은 구체적이고도 현실에 기초한 실천계획을 담았다.
둘째는 실물시장 통합의 완성은 금융·통화 측면에서의 통합이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통화동맹(EMU)의 완성과 함께 실물 유로(EURO)의 통용에 따라 유럽 경제통합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EU 특유의 접근인 '심화'와 '영역확장' 및 '보조성의 원칙'을 배경으로 실질적인 '하나의 시장'을 완결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6월 채택된 유럽헌법조약(초안)은 앞으로 정치 사회 외교 등 비경제 부문에 있어서 '하나의 유럽'을 이룩하기 위한 과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칠레 FTA의 국회비준이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FTA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는 앞으로 FTA를 추진함에 있어 국회비준뿐 아니라 많은 정책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시장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1백50여개에 달하는 시장통합 또는 지역 무역협정(RTA)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중 성공한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EU 정도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특혜 무역협정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인 시장통합을 위해서는 관련국간 충분조건으로서 지리적 인접성과 역사적 공유대 그리고 일부 경제통합 이론들이 강조하듯이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합의'를 들 수 있다.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장벽이 없는 안정적인 대규모 시장을 확보해야 할 한국은 필요ㆍ충분조건을 갖춘 대상 국가들을 선정해야 한다.
EU 회원국간 시장통합의 경험이 시사하는 의미의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EU회원국들이 기본적으로 문화에 바탕을 둔 가치의 공유 및 평화와 안정이라는 정치적 취지, 시장의 확대를 통한 경제적 이득,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세계경제 질서의 주도라는 목표에 합의했기 때문에 경제통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한ㆍ중ㆍ일 3국간 역내 시장통합 추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70년대 초 정부에서 추진한 남ㆍ북한간 기능주의적 접근은 유럽통합 모델을 적용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정경(政經) 분리 원칙아래 단계별로 '남북한 거래 개시→평화정착에 대한 합의→에너지 공동체→정책적 협력ㆍ조정ㆍ접근→자유무역지역 형성→공동시장→경제동맹의 설립'이 가능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성공했더라면 두 가지 이점을 얻었을 것이다.
하나는 시장확대에 따르는 이득의 실현이며, 다른 하나는 남ㆍ북한 통합 및 통일에 대비한 여건의 조성이다.
결국 정치ㆍ군사적인 장애로 인해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은 최근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유재산제의 도입을 비롯한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제3의 길'을 비롯한 중도주의란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으나 현실세계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
또 시장경제 체제 역시 점진적인 진화가 없는 한 그 이점을 발휘할 수 없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과거와 같은 직접적인 시장개입은 피해야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세계화 속에서 국가간 소득분배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개도국의 저개발 문제는 개도국 내부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개도국들은 각국의 문화에 맞게 시장경제 체계를 확립하고 산업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한국 경제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한편 80년대 후반부터 '정보화 경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통한 정보화는 경제ㆍ산업 각 부문의 효율을 증대하는 수단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화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생산성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보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은 피해야 한다.
정보화는 기업 등 경제 각 부문에서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생산성 제고에 기여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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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39년 3월24일 제주 출생
경기고(1957년) 서울대 법대(1961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1965년)ㆍ박사(1969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현 통신개발연구원) 초대 원장, 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 EU학회 회장, 한국토지공사 비상임이사,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국제자유도시포럼 공동대표
[ 논문 및 저서 ]
EEC(유럽경제공동체)의 공동 무역정책에 대한 분석(박사학위 논문, 브뤼셀대 출판부 1971년)
EC의 경제ㆍ시장통합(한국경제신문사 1990년)
한국의 국제경제정책(무역경영사 1995년)
전환기를 맞은 한국경제(무역경영사 1995년)
산업정책론(박영사 1996년)
국제경제의 이론과 현실(서울대학교 출판부 1998년)
유로화(EURO)의 출범과 한국경제(박영사 1999년) 등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