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에 신뢰경영 확산을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제정됐던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상(Great Workplace)'이 두번째 수상업체들을 찾았다. 2차 수상업체 선정작업은 지난해보다 훨씬 어려웠다. 신뢰경영의 3대 축인 신뢰(Trust)-재미(Fun)-자부심(Pride) 부문을 중심으로 참가업체들이 지난 1년동안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온 만큼 좀처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참가업체들의 평균 점수(신뢰 지수)가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도 당연했다. 따라서 이번에 선정된 업체들은 극심한 경기침체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직장내 돈독한 신뢰와 양질의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었고 생산성과 대외 경쟁력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뢰경영의 주창자 로버트 레버링(59)이 신뢰경영의 요건으로 일찍이 갈파했듯이 수상업체 대부분의 최고 경영자(CEO)들은 종업원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고 직원들은 비록 임금이 높지 않더라도 '우리 회사는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최우수상을 받은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은 "'어떻게 하면 훌륭한 일터를 만들 수 있을까'의 문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늘상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며 "훌륭한 일터는 강한 기업의 근본을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교육팀의 김탁근 부장 역시 "신뢰경영의 중요한 요소인 '재미'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전국 영업소들에 웃음과 칭찬이 끊이지 않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했더니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판매실적도 늘어나더라"고 소개했다. 2차 수상업체 수는 지난해 20개에 비해 다소 줄어든 15개. 올들어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훌륭한 일터' 조사평가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조금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차 업체들을 선정할 때 62개 업체들이 대거 참가신청을 냈고 지난해 상을 받고도 이번에 또다시 참가신청을 해 선정된 업체들이 무려 10개사에 달한다는 측면에서 신뢰경영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선정된 10개사의 명단은 삼성SDI를 비롯해 미래신용정보 CJ CJGLS LG석유화학 지멘스오토모티브 P&G코리아 한일시멘트 현대중공업 현대해상화재보험(이상 가나다 순) 등이었으며 이수화학 한국서부발전 한미파슨스 해찬들 현대자동차 등이 신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다가 이번에 사실상 1위인 최우수상 수상업체로 선정된 삼성SDI는 직원들이 가족 같은 친밀감을 유지하며 자기계발과 내부 혁신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뢰경영대상을 받은 CJGLS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시스템 운영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고객과 함께 하는 현장경영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서부발전은 문화 스포츠 등 테마별로 묶은 '12가지 마당'에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직원존중대상을 받았다. 이 회사에선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화관람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역축제에 사원 가족들을 초청해 공장까지 둘러보게 하고 미혼직원들의 단체 미팅도 알선하고 있다. 탁월한 인재관리ㆍ육성 시스템으로 지난해 4위를 차지했던 P&G코리아는 이번에 공정경영대상을 받아 신뢰경영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사회공헌대상을 받은 현대중공업은 울산 등에 대형 문화복지관과 잔디축구장을 운영하면서 직원과 가족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난 95년 이후 9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부터 펼쳐온 훌륭한 일터 만들기 캠페인은 가정 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정열을 바치는 직장에서 가능한 한 즐겁게 일하고 보람을 찾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회사측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해주는 작은 배려가 거창한 사내복지 시스템보다 종업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처럼 신뢰경영은 기업의 일상에서 잔잔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내년에도 이어질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상'은 바로 이처럼 생활 속의 작은 실천과 소박한 믿음들이 우리의 기업문화에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