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대덕연구단지 3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외 석학들을 초청, 최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연구단지의 성장 전략과 비전'이란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실리콘 밸리를 기획한 윌리엄 밀러 전 스탠퍼드대 부총장(박사)과 고다마 기사부로 일본 산업과학기술원(AIST) 부원장, 말콤 페리 영국 사이언스파크협회(UKSPA) 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덕단지가 성공하기 위해선 과학산업단지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 ▲ 신성철 KAIST 교수 (사회) =먼저 연구단지의 역사와 배경에 대해 소개해 주시지오. ▲ 윌리엄 밀러 전 스탠퍼드대 부총장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한 스탠퍼드 산업단지가 실리콘 밸리의 모태가 됐습니다. 초창기 실리콘 밸리의 기반을 닦은 프레드 터만 박사는 무엇보다도 선도적인 기업들을 연구단지에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터만 박사가 초기에 유치한 HP는 실리콘 밸리 성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 말콤 페리 영국사이언스파크협회장 =영국의 과학단지 55곳에는 1천7백여개의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들 과학단지는 초창기였던 20여년 전에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고다마 기사부로 일본산업과학기술원 부원장 =1969년 쓰쿠바 단지가 설립된 이후 10여년만에 국가 연구기관의 40% 정도가 이 곳으로 옮겨왔습니다. 단지안에 설립된 테크노 파크에는 현재 3백여개 기업이 들어서 있습니다. ▲ 신 교수 =그동안 학교는 기초 연구, 연구소는 응용 연구, 기업은 상용화 연구에 각각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밀러 박사 =기업과 대학간 상호 관계가 중요합니다. 라디오가 처음 개발됐을 당시 청년이었던 터만 박사는 진공 튜브 기술에 매료돼 이 기술을 스탠퍼드대의 교육과정에 포함시켰습니다. 터만 박사는 또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관련 교수들을 유치하기 시작했습니다. ▲ 페리 회장 =기업간 협력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대기업에 너무 의존하면 안됩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보완해 줘야 합니다. 따라서 이들 간 협력 시스템을 튼튼히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 고다마 부원장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자들의 유동성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쓰쿠바에서는 대학 연구소 기업 간 협력이 그다지 잘 이뤄지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제대로 된 협력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신 교수 =연구단지가 성장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소개해 주시지오. ▲ 밀러 박사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선 첨단 통신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교류를 위한 조직도 필요합니다. ▲ 페리 회장 =잘 지적하셨습니다. 결국은 인간관계가 성공의 바탕입니다. 정부 기업 학계 관계자가 같은 방법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 신 교수 =연구단지가 성공하기 위한 또다른 요인이 있다면…. ▲ 밀러 박사 =연구단지 자체는 결국 부동산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공동체에서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배우는 것입니다.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먼저 자리를 잡은 사내 기업이나 연구소들이 분사(스핀오프) 등을 통해 독립해 나가야 합니다. ▲ 페리 회장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환경이 중요합니다. 영국은 특허 기술 등을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위치 등 지리적 조건과 국제적 접촉 네트워크도 중요합니다. ▲ 신 교수 =대덕연구단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오. ▲ 밀러 박사 =대덕단지는 기술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상업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벤처 창업과 인력 유동성 확보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상업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특허제도나 투자지원 시스템도 강화해야 합니다. ▲ 신 교수 =글로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선 어떤 비전과 전략이 바람직하겠습니까. ▲ 페리 회장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주택과 교통을 제공하고, 학교는 훈련된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은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정리=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