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등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당분간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이들 기업은 환율하락의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생산성 제고는 물론 과감한 비용절감과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내년 사업계획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평균 환율을 1천1백10원 정도로 보고 있는 삼성은 경영 계획을 세울 때 활용하는 기준 환율을 1천50원으로 확정했다. 삼성은 매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망한 평균 환율보다 50∼80원 가량 낮은 환율을 적용,이듬해의 사업계획을 수립해왔다. 삼성은 작년 말에도 올해 평균 환율을 1천1백50원으로 전망,사업계획 기준환율은 1천1백원으로 적용했었다. 삼성 관계자는 "환율이 예상을 웃돌면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게 되지만 환율 예측이 어긋나면 수익 관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반드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각사별로 실현 가능한 매출 및 수익 목표를 잡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와 현대자동차도 환율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기준 환율을 정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 중이다. 지난해에도 시장 예상보다 한층 낮은 환율을 적용했던 이들 기업은 예상밖의 환율하락으로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보수적으로 기준 환율을 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린 정국불안과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염두에 두면 전체적인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짤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기업들은 또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급격한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로화 결제 비중을 높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내년까지 유로화 결제비중을 5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포스코는 환율 변동에 따른 움직임을 탄력적으로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분기마다 예정 환율을 잡고 있다. 또 수출과 원료수입액을 어느 정도 상계함으로써 환율 변동위험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생산비중을 계속 늘리는 방식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하락에 비상이 걸린 대부분의 기업들은 저(低)환율기에 대비,생산성 제고를 위한 강도 높은 혁신 활동을 전개할 전망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한 긴축 경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환율 악재마저 겹쳐 기업들이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에도 경비절감 운동과 지속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거셀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익원·조일훈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