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7:07
수정2006.04.04 07:11
서울 오금동에 사는 김 모씨(38)는 지난 1월 자신이 살던 32평형 아파트를 박 모씨(40)에게 팔고 전원주택으로 이사했다.
김 씨는 아파트 담보대출금 중 잔금 1천5백여만원을 박 씨가 승계하는 조건으로 아파트를 넘겼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거래했던 은행으로부터 이달 말까지 연체 이자를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등재될 것이란 통보를 받고 기가 막혔다.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채무자의 명의를 변경해놓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대출을 승계한 박씨가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않고 연체하기 시작하자 은행에선 김씨에게 빚독촉을 해 온 것이다.
김씨는 연체이자를 박씨 대신 갚을 때까지 신규 대출은 물론 신용카드도 발급받지 못하게 됐다.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부동산 매매에 따른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김씨의 경우처럼 담보 대출금에 대한 채무자 명의를 변경하지 않아 피해를 입기도 하고 부동산 매도인의 피담보 채무범위를 미리 확인하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을 사고팔 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면 모두 막을 수 있는 '금융사고'다.
◆부동산 매매 때 채무자 명의변경은 필수=많은 사람들이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매입할 때 매도인(채무자)의 대출금 거래장(일종의 대출통장)을 인계하는 것으로 채무 인수가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할 때는 채무자 명의를 함께 변경해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채무자 명의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이 대출 원리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신용이 나빠져 금융회사를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매수인의 잘못으로 매도인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금융회사 통합전산망에 매도인의 이름으로 대출금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매수인도 똑같은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채무자 명의변경을 하지 않고 근저당 설정 부동산을 매입했을 경우 매도인이 다른 대출금이나 신용카드를 연체했다면 은행이 이를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잡고 있는 부동산을 경매에 부칠 수도 있다.
다만 채무자 명의를 변경할 때 채무 인수자(매수인)가 은행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여신 부적격자'로 분류돼 있다면 명의를 바꾸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
채무자 명의를 변경할 때 준비서류는 매수인의 경우 등기권리증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주민등록등본 주민등록증 부동산등기부등본 인지대 등이다.
매도인은 주민등록증 외 별도 서류가 필요 없다.
◆매도인의 피담보 채무범위를 반드시 확인해야=근저당이 설정된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도인의 피담보 채무범위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근저당권은 주로 포괄근저당 한정근저당 특정근저당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아파트 담보대출의 경우 대부분이 포괄근저당권으로 설정돼 있다.
이 경우 피담보 채무범위에는 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매매계약 이후 발생하는 매도자의 모든 신용대출(보증채무,카드대금 등)까지 해당된다.
포괄근저당으로 설정된 부동산을 매도한 사람이 신용대출을 또 받거나 카드대금을 연체할 경우 매수인이 담보대출을 비롯 카드 채무액까지 모두 상환해야 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제도가 국민은행 농협 등이 실시하고 있는 '피담보 채무확인서 발급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매수인이 부동산을 살 때 해당 부동산과 관련된 매도인의 모든 대출 내역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된다.
다만 매도인을 동반하거나 매도인의 '금융거래 제공동의서'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제도는 앞으로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예정이어서 금융소비자들은 더욱 손쉽게 매도인의 모든 채무를 파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피담보 채무 현황은 발급일 기준이기 때문에 매매계약 이후 피담보 채무액의 변동상황까지 파악하려면 잔금 정산시점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