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치가 2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백14엔대에 진입하는 등 급등하고 있다. 일본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 이상으로 강한 데다,20일의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을 의식해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올 들어 외환시장에 10조엔 이상을 쏟아부으며 방어해온 '달러당 1백15엔선'이 일단 무너짐에 따라 엔고 기조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동 두바이에서 열리는 G7재무회담에서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환율조작 중단 요구가 재차 나올 경우 엔화를 비롯한 동아시아 통화가치는 급등세를 탈 수도 있다. ◆가속화되는 엔고=엔화는 지난 18일 뉴욕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1.4엔 오른 1백14.76엔까지 치솟으며,달러당 1백15엔선이 붕괴됐다. 일본 정부가 엔고방어의 마지노선으로 삼아온 1백15엔선이 붕괴된 것은 2001년 2월16일 이후 처음이다. 엔화는 19일 도쿄시장에서는 1백15.3엔선으로 소폭 밀렸지만 강세기조는 지속됐다. 이로써 연초의 1백21엔대에 비해 5% 이상 올랐다. 이처럼 엔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일본 경제 회복세가 기대 이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연율)은 3.9%로 미국(3.1%)을 능가하고,기업들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설비투자를 확대(4.5% 증가)하는 등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 탈출 조짐은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게다가 IMF(국제통화기금)가 18일 미국의 막대한 경상 및 재정적자를 이유로 달러가치 폭락 가능성을 경고,엔강세(달러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개입에 적극 나섰던 일본 정부가 G7회담을 앞두고 시장개입을 중단하자 엔화 상승 기조가 더욱 강해진 것이다. ◆G7회담이 분수령=전문가들은 중동 두바이에서 열리는 G7재무회담이 향후 엔화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국가들에 대해 외환시장개입 중단압력을 강화할 경우 엔고 기조는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일본 다이와투자은행의 야마다 히로유키 애널리스트는 "동아시아 환율조작 문제가 G7회담의 주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엔화의 경우 연말 안에 달러당 1백12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