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원전센터 유치 논란에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은 마치 항해도(航海圖)를 펴놓고 명확한 목표 지점을 향해가 듯 고비 때마다 여론을 조절하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두 달 동안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때 위도에서는 '원전센터를 유치하면 3억-5억원씩이 돌아간다'는 소문이 온 마을을 휘감았다. 이 근거 없는 소문의 근원지는 올 초부터 낚시꾼 행세를 하며 위도를 수시로 드나든 한 중년 남자로 밝혀졌으나 그의 정확한 신분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김군수가 유치에 나설 수 있었던 근거도 이 낚시꾼의 말을 믿은 위도 주민들의 희망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유치 신청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또 위도민들의 희망이 반영됐다 하더라도 원전센터 유치를 반대해왔던 김종규 부안군수가 돌연 찬성 입장으로 돌변한 것도 의문이다. 지난 7월 11일 부안군 의회의 유치 반대에도 불구, 김 군수는 "원초적인 찬반논란에서 벗어나 부안군과 전북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신청 이유를 밝혔다. 전날 강현욱 도지사 등이 부안을 방문, 김군수를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의 설득만으로 김군수가 180도 입장을 급선회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원전센터가 유치되든 그렇지 않든 김군수는 부안에서만큼은 정치적 활동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 예견된 만큼 그의 결단을 이끌어낸 것은 도지사 등이 아닌 누군가가 막후에서 움직였다는 것이다. 과격한 시위와 언론을 차단한 것도 그렇다. 군민들의 반발은 '우리 손으로 뽑은 군수가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데 대한 분개로부터 촉발됐다. 자발적이었던 반대 운동은 종교.농민.시민사회 단체가 가세하면서 급속히 세를 불려 나갔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투쟁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물론 여기에는 민주당 정균환(고창.부안) 의원이 정치적인 힘을 보태면서 장기화된 측면이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조차도통제.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들이 튀어나왔다. 또 산발적인 관공서 습격이나 과격한 폭력 시위 등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때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는 행동이라 치더라도 현장에서 정부-군민 간의 바리케이드 역할을 하던 언론을 따돌린 것은 고도의 작전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언론에 대한 불만을 심화시켜 기자들을 폭행, 자연스럽게 군민-언론 간 상호 불신을 키워 부안의 민심(여론)을 차단함으로써 `그들만의 리그'로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소사에서 김군수가 폭행당한 것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우회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한 김군수가 성난 주민들을 자극, 우발적인 폭력을 부른게 사건의 전부다. 그러나 군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뾰족한 대책이 없었던 상황에서 김군수 폭행사건으로 부안 문제는 급기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론은 일제히 `폭력이 용납돼선 안 된다'는 쪽으로 방향이 기울기 시작했다. 핵 대책위가 `다분히 폭력을 유발한 의도성이 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군민들의 시위에 강경 대응을 천명한 정부가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한 시점에서 나온 김군수 폭행사건은 강경파를 제거하고 지도부를 와해시킬 수 있어 국면전환용으로는 제격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경찰이 폭력사태를 충분히 예견하고도 아무런 사전.사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을 개연성을 짙게 한다.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떤 세력인지, 또한 실체여부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긴 시간을 두고 여론을 조절하면서 이 사업의 추진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노련하게 준비된 집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안=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