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업체인 ㈜피죤의 설립자인 이윤재 회장(69)은 구력만 38년 된 우리나라 '골프 1세대'다. 국내 골프장 1호인 군자리코스(현 어린이대공원)에서부터 골프를 쳤고 유명한 국악인 고 안비취씨가 운영하던 골프연습장을 다녔다. 무역업을 하던 1965년 거래처 고객인 일본사람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한창 때는 80타대 초반의 실력을 보유했지요.하지만 결코 골프를 더 잘 치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았어요.아마추어가 그 이상의 경지로 들어서려면 그때는 일을 희생해야 하거든요." 이 회장이 기록한 베스트 스코어는 74타. 96년에는 은화삼CC 8번홀에서 홀인원을 하기도 했다. 골프모임은 고려대 상대 동창들 모임인 '고구회'와 서울고 5회 동창모임인 '오록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요즘도 '보기플레이어' 수준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골프는 리듬과 체중이동이 가장 중요해요.아마추어 골퍼는 몇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잊지 않으면 됩니다.백스윙은 오버되지 않아야 하고,임팩트 때는 허리를 써야 하며,폴로스루와 피니시가 잘 돼야 하고,왼손 위주의 스윙을 해야 하는 등의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게 중요하죠." 이 회장은 골프와 비즈니스의 관계에 대해 "골프 말고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4∼5시간이상 함께 있을 수밖에 없는 골프를 하다 보면 인간적으로 가까워질 가능성이 더 높지요"라고 설명한다. 이 회장은 "골프는 사회생활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골프는 다른 운동과 달리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합니다.누구한테 미룰 수 없어요.이는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그러나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죠.4명이 한 팀이면 함께 팀워크가 이뤄져야 합니다.다른 1명이 플레이를 너무 늦게 하면 뒤팀에 피해를 주게 되고 동반자들에게도 해를 끼칩니다." 그는 또 "골프에서 한 샷 한 샷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기업경영과 비슷합니다.어떤 사람은 한 샷에만 매달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18홀 전체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계획아래 페이스를 유지하며 샷을 합니다"라고 비유했다. 이 회장은 라운드 도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라운드하면 숲속 곳곳에 경호원들이 배치되곤 했습니다.한번은 나도 볼을 찾으러 숲으로 들어갔다가 경호원들을 만났지요.경호원들이 다가오자 박 전 대통령이 '됐다'며 먼저 치라고 하더군요." 그는 "예전에는 골프 잘 치는 사람에 대한 예우가 깍듯했어요.매너도 중시됐고요. 요즘은 골퍼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그런 면이 부족하죠"라며 최근의 골프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글=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