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물 범람 증시 '水害' .. 15일 2400억 순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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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15일 2천4백억원어치가 넘는 매물을 쏟아냈다.
17일만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량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하루 매도물량기준으로 올 1월9일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단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연휴기간중 미국 시장 등에서 IT주를 중심으로 주가조정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이날 삼성전자 매도물량이 크게 쏟아진 것도 이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또 해외 대형펀드의 자금유입이 주춤해졌다는 것도 매도이유로 꼽을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거래가 없었던 기간 동안 미국시장 등에서 일어났던 조정의 여파가 일시에 몰려든 것"이라며 "지난 한주간의 자금유출로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IT주의 경기회복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매도 타깃은 삼성전자
하루에 2천억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운 것은 이례적이다.
타깃은 삼성전자다.
이날 ABN암로 등 외국계 창구에서 1천2백억원어치 이상의 매물이 쏟아졌다.
외국인이 대량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가 급락했다.
지난주 추석연휴기간에 세계 반도체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삼성전자 주가는 43만7천5백원으로 직전 거래일(9일)보다 5.30% 떨어졌다.
이날 매도물량은 ABN암로 크레디리요네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에서 주로 흘러나왔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공세는 펀더멘털에 대한 불신이 아닌,세계 주요 반도체업체가 지난주 주가조정을 받은 것의 연장선상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주간단위로 인텔은 1.3%,AMD는 1.7% 하락했고,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7%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생산종목이 비슷한 마이크론은 4.5% 추락했다.
지난주 초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던 대만의 TSMC도 4.2% 하락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상승장세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사실상 삼성전자 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사상최고가 기록을 경신했지만 세계 주요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에 동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동향의 이상기류
지난주 세계주요펀드의 자금동향에 변화가 생겼다.
순유입 기조가 주춤해진 것.특히 한국관련 대형펀드인 인터내셔널펀드와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했다.
한국관련 펀드 4개의 자금유출입을 합할 경우 약 10억달러정도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투자펀드 중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의 자금유입 규모가 줄어들면서 대만에서도 외국인은 23일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인터내셔널펀드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9·11테러 2주년이 다가오면서 경계심리가 커진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또 세계증시가 급등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도 자금동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한국관련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게 찜찜하긴 하지만 일주일 정도의 자금동향으로 추세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며 "이번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 발표와 FOMC 회의에서 결정할 금리 등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