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회원국간의 이견차로 결국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채 폐막했다. 그러나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는 협상의 결렬을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번 각료회의 결렬로 DDA 협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우루과이라운드(UR)때의 협정에 의거한 2004년 쌀 재협상을 앞두고 있어 농업 개방 파고는 지속될 전망이다. ◆예고된 협상 결렬 = 이번 각료회의중에도 회원국간의 이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가장 큰 현안인 농업은 올 3월말 협상 세부원칙(Modality)이WTO 회원국간 합의됐어야 하지만 계속 지연돼왔으며 결국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눈높이를 낮춰, 구체적인 관세 감축률 등을 명시한 세부원칙 대신 세부원칙의 틀을 합의하려고 했다. 그러나 농산물 수출입국간의 입장차는 이번 각료회의에서도 역시 좁혀지지 않았으며 협상 결렬의 표면적인 계기가 됐던 싱가포르 이슈 등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벌써부터 2004년말로 잡힌 DDA 협상 완료 목표시점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6년 개시된 UR 역시 당초 목표시점인 90년을 훨씬 지나 93년에 협상이 완료된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다자간 협상을 통해 보다 시장 지향적인 무역체제를 실현하려는 계획은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를 겪어야 할 것이라는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선진국의 의견이 절대적이었던 UR때와는 달리 개도국들의 목소리도 커진 만큼 이견을 좁히는 작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길 수 없는 협상 결렬 =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다자체제를 통해 국제간 무역장벽을 낮추고 좀더 시장지향적인 무역체제로 가야한다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현실에서 시장 개방의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주의의 확산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자체제의 확대 발전을 도모하는 DDA 협상이 지연될 경우 국제적으로 다자체제에 대한 불신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외교통상부 안호영 국장은 이와 관련, "지역주의인 FTA는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한-칠레FTA 비준도 농민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부담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개방 파고는 지속 = 이번 각료회의의 결렬로 농업 개방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DDA 협상은 일단 계속될 예정이다. 각료회의 기간에 대폭적인 농업 개방내용을 담아 제시된 선언문 초안도 향후 협상에서 계속 참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내년 쌀 재협상을 앞두고 농업 개방의 불투명성만 커졌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생각이다. 우리 정부는 DDA 농업협상에서 관세 감축률 등이 구체화된 세부원칙이 제시되면 이를 기초로 쌀의 관세화 여부를 다루게 되는 쌀 재협상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상 세부원칙이 계속 지연된다면 우리 정부의 전략 수립에 당장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관세화 유예를 계속 고집할 때 수출국이 요구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을 내리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 최정섭 통상정책관은 "깜깜한 상황에서 협상을 벌이게 될 우려가 있다"고 표현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