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유망직업은 바뀌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업화사회로 접어든 60년대에는 은행원과 공무원이 인기직업이었다. 은행원은 일반 기업체 직원보다 급여수준이 월등히 높아서였고,공무원은 경제개발을 견인하기 위한 정부의 우대정책으로 우수한 사람들이 몰렸다. 수출주도의 성장드라이브로 민간 대기업이 부상한 70년대에는 종합상사가 선호하는 직장이었다. 이어 산업고도화 시기를 맞은 80년대에는 증권사 전자 컴퓨터 등의 분야가 인기를 끌었고,정보통신 금융 등 산업 전문화시대였던 90년대에는 전문·기술직의 종사자가 크게 늘었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는 지식기반경제를 떠받치는 정보통신과 인터넷사업이 본격적인 성장시대에 돌입하면서 벤처기업 등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한동안 시들하던 공무원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소식이다. 엊그제 치러진 7급 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자는 6만9백여명(경쟁률 99:1)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 6월 실시한 서울시의 공무원 임용시험에도 4만8천명이 몰려 경쟁률이 지난해의 2배였다. 공무원 응시 열풍은 채용정보업체의 한 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데,구직자의 90% 가량이 "공무원을 생각해 봤다"고 응답했다. 공무원 시험의 이상열풍은 고시학원들이 몰려있는 서울 노량진과 종로 등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시험준비생들은 유명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밤새 줄을 서 등록을 하고,강의실 앞자리에 앉으려고 2∼3시간 일찍 나와 기다리는 고역을 마다 않고 있다. 노량진 일대의 수강생만도 줄잡아 1만여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하니 바늘구멍의 공무원시험이 실감나는 현장이다. 이처럼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불안한 고용시장에 대한 탈출구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공무원의 보수가 꾸준히 인상되는데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극심한 취업난이 사상 유례없는 공무원시험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분야에서도 활동해야 할 많은 인재들이 공직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