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패트롤] '폭등설' 강남 집값 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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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는지 저희들도 궁금합니다"
1일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권 집값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한 개포동의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진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냐"는 질문에 "금시초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현장 분위기는 최근 일주일 새 강남권 집값이 폭등했다는 부동산정보제공업체들의 발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들에 따르면 강남 개포 현대 3차 아파트 등 일부 단지는 일주일 새 1억원 이상 급등했다.
또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는 8월 한 달간 2억원이나 뛴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들은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라는 분석까지 곁들였다.
이 때문에 또 한 차례 상승랠리가 펼쳐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강남권 중개업계는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데 매매를 해보지 못해 우리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집값이 뛰었다는 얘기만 듣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강남권 집값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수급 불균형에서 빚어지는 왜곡된 가격결정시스템이 이상 급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최근의 집값 상승은 거래없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주식시장의 '기세 상한가'와 흡사하다"고 밝혔다.
실제 거래는 없는 가운데 호가 위주로 가격이 계단식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양도세 중과방침→매물 회수→공급부족 논리 확산→호가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5·23 부동산안정대책'이후 양도세가 강화되고 세무조사가 실시되면서 강남지역에서는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집주인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 1단지 내 B공인 관계자는 "전체 5천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있는 매물은 10여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초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가뭄에 콩 나듯'한 건이라도 최고가에 거래가 성사되면 이 가격이 강남권 전체의 기준가로 자리매김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급매물가격은 '예외'로 시세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급매물 시장에서는 일주일 새 1억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난 개포동 현대 3차 59평형과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아파트 68평형이 최고가보다 2억원이나 낮은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개포동 현대 3차 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주 현대 3차 59평형을 10억원에 팔기로 했던 매도자가 시세가 13억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오전에 계약해지를 요구해왔다"고 털어놨다.
문정동 훼밀리아파트 인근 21세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이후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며 "꼭 매입해야 하는 사람이 비싼 매물을 사게 되면 다음날 매도호가가 또 다시 고쳐져 시세정보란에 올라온다"고 전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의 최고가 중심의 시세분석도 강남권 집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이다.
한 정보 업체 관계자는 "일선 가맹점들이 올리는 시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매도호가인 줄 알면서도 시세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시세 조사의 한계를 인정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m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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