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항공부문 통합 법인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영권을 인수한다. 이로써 삼성 현대 대우의 빅딜 이후 민수(KAL)와 군수(KAI) 부문으로 나뉘어 양사 체제를 유지해온 국내 항공 관련 제조산업이 대한항공 단일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대우종합기계가 갖고 있는 KAI 보통주 지분 33.3%(2천5백96만주)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1천20억∼1천2백98억원선으로 최소 60일간의 실사를 거쳐 최종가격을 결정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대우종합기계 지분을 인수한 뒤 KAI에 대한 경영권 장악을 위해 연말까지 자사 항공우주사업본부와 KAI를 합병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외자유치를 동시에 추진, 통합 법인 지분 50.1% 이상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정부, 주주인 현대자동차(33.3%) 삼성테크윈(33.3%) 등과 이같은 절차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항공기 제조업체의 난립으로 외환위기 직후 업계가 붕괴 위기에 놓이자 역할을 분담하던 대우중공업(초등훈련기) 삼성항공(고등훈련기) 현대우주항공(날개ㆍ동체) 등 항공 3사를 지난 99년 동일 지분으로 통합, 출범시킨 항공부문 통합 법인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빅딜에서 제외됐다. 이번 대한항공의 대우종합기계 지분 인수도 과거 빅딜 당시처럼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민수', 'KAI-군수'로 이원화된 체제로는 지속적인 국제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고 KAI 역시 내부적으로 경영권이 삼분되면서 효과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민수 부문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키워온 대한항공이 KAI를 흡수 합병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연간 1조원에 이르는 민수-군수 항공산업에 대한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한항공 주도로 탄생할 새로운 통합 신설법인에 대해 부채 탕감, 신규 사업 허가 등 대규모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훈ㆍ이심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