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는 여행의 목적중 하나는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기'. 일상의 복잡한 관계사슬을 훌훌 벗어 던지고, 자신의 존재마저 기억 저편 깊숙이 묻어둘수 있는 순간을 향하는 것이다. 내키는 대로 몸을 맡긴 채 마냥 게으름을 피워도 책잡히지 않는 곳, 때묻지 않은 자연까지 그 게으름 피우는 일을 거들어 주는 곳에서라면 슬그머니 피어오르는 미소가 큰 웃음으로 터지지 않을까. 로타섬. 사이판, 티니안과 함께 남태평양의 북마리아나제도를 이루는 이 섬은 그런 웃음이 넘치는 곳이다. 꽉 차 있기보다 허허로이 비어 있어 더욱 여유로운 작은 휴양섬이다. 가장 번화한 곳은 송송마을. 공항에서 30리 떨어진 로타의 유일한 마을로 시청 등의 주요 관공서가 있다. 섬 주민들이 모두 이 마을에 산다. 그래봐야 2천5백여명.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보다 작은 시골 분위기가 물씬한 마을이다. 마을 뒤편 언덕의 전망대에 오르면 거리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케이크처럼 생겨 웨딩케이크산이라고도 불리는 타핑코트산도 보인다. 해안선을 따라 한나절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해변 등의 쉼터가 이어진다. 북쪽의 스위밍홀은 자연이 만들어 낸 천연수영장. 바닷바위와 산호초가 둥글게 바닷물을 품고 있어 마치 사람이 만들어 놓은 수영장처럼 보인다. 물이 맑고 파도도 없어 현지인들도 즐겨찾는 곳이다. 작고 귀여운 열대어도 볼 수 있어 즐겁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로타리조트&컨트리클럽이 있다. 로타에서 제일 큰 리조트형 호텔이다. 모든 방에서 바다가 바라다 보이며, 객실마다 작은 정원을 꾸며 놓았다. 필리핀해를 향해 날리는 티샷의 느낌이 좋은 18홀 규모의 골프코스가 있어 골프마니아들도 즐겨 찾는다. 테테토비치는 로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사장을 자랑한다. 수심이 얕고 산호초가 발달해 물놀이하기에 그만이다. 해변가의 야자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 짧은 낮잠을 즐기기에도 좋다. 송송마을을 지나 열대과일농장에 이르면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망고 모카도 스타애플 코코넛 등 온갖 종류의 열대과일과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정원에는 연인의 종이 있으며 그네 원두막 해먹 등이 평화스런 쉼터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농장에서는 코코넛 사시미를 맛본다. 잘 익은 야자를 칼로 툭툭 쳐 깬 다음 즙을 마시고, 잘라낸 안쪽 껍질을 간장소스에 찍어먹는데 그 맛이 괜찮다. 농장 앞바다는 스쿠버다이빙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애즈 맛모스절벽도 빼놓을 수 없다. 로타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태평양의 둥그런 수평선이 장쾌하게 뻗어 있어 가슴을 확 뚫어준다. 물이 맑고 투명해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도 내려다 볼 수 있다. < 여행수첩 > 북마리아나제도는 본섬인 사이판과 티니안, 로타 등 3개의 큰 섬과 11개의 무인도로 구성돼 있다. 인구는 7만8천명. 연평균 섭씨 26도로 연중 고온다습하다. 공용어는 영어이며 원주민들은 차모로어나 캐롤리니안어를 함께 사용한다. 미국 달러화를 쓴다.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1회 사이판행 직항편을 운항한다. 자유여행사(02-3455-0007), KRT(02-771-3838), 인터파크여행(02-311-6820), 참좋은여행(02-599-4100) 등이 사이판여행상품을 판매한다. 북마리아나관광청 (02)752-3189, www.visit-marianas.co.kr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